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70년대가 배경인 난장이 연작 소설을 모은 책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제목이 의미하는 느낌이 책을 읽고 나면 진하게 느껴진다.

미비하지만 그 파장은 거대함으로...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자네의 마음야.

 

 

무엇이 이 마음을 먹게 했을까?

난장이는 그날 밤 휘발유와 함께 허공에서 불기둥을 솟게 한 그곳에 무엇을 두었을까?

꼽추는 왜 난장이와 함께 가지 않았을까?

 

 

첫 이야기부터 질문이 머릿속에서 난무한다.

아직 내가 글의 행간을 다 헤아리지 못한 탓이다.

답도 없고, 비전도 없어 보이는 철거민들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마치 2020년의 어느 한 모습을 축소해서 벼려 놓은 거 같은 배경이다.

 

 

어디에나 난장이의 흔적이 있고

누구에게서나 난장이의 모습이 보인다.

 

 

공무원 월급표를 보면 뒷집 남자의 월급은 남편의 월급보다 사뭇 적다. 단출한 식구에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자기네는 조용한데, 많은 식구에 적은 월급을 받는 뒷집은 흥청댄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귀가 아프게 들어온 잘살 수 있는 세상이 뒷집에만 온 것 같다. 뒷집에 가난은 없다. 그래서 신애는 생각한다. 저 집은 도대체 어느 편인가? 우리는 또 어느 편인가? 그리고 어느 편이 좋은 편이고, 어느 편이 나쁜 편인가? 도대체 이 세상에 좋은 편이 있기는 한가?

 

 

 

은강이란 곳의 가장 소외계층 난장이 가족.

난장이와 그의 아이들의 모습은 최하층민을 상징한다.

영수, 영호는 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에 취직한다. 영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세상을 알아간다.

부당함에 대해서 말하지만 그 말은 묵살되고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

부당한 세상에서 부당함을 말하면 부당함은 말한 사람에게 당연하게 되돌아오는 법이지.

 

 

197X년, 한국은 죄인들로 가득 찼다는 것입니다. 죄인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2020년에도 죄인 아닌 사람이 없는 한국.

그래서 이 이야기는 시대를 거슬러서도 여전히 우리를 말해주는 작품인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가장 높은 곳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이야기의 얼개가 연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난장이의 아픔으로 이끈다.

난장이는 바로 우리 모두이기에.

 

 

 

아버지의 시대가 아버지를 고문했다.

 

 

희망으로 차 있는 겉모습에 가려져 피눈물이 보이지 않았던 70년대.

희망찬 구호 아래 힘없이 쓰러져갔던 무수한 사람들의 희망과 꿈이 이 작품 안에 오롯이 담겨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내내 암울했다.

그 어두운 터널은 현재에도 계속 남아있고, 난장이들은 아직도 그 터널 안쪽에서 빛을 향해 끝없이 걷고 있을 테니.

 

 

같은 세상에 살면서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은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생각의 차이.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차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

가진것과 못 가진 것의 차이.

무수한 차이들이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게 만들었다.

같은 얘기를 하지만 서로가 모르는 말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더 슬프다.

 

 

모두가 좋은 세상, 더 나은 세상,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결이 다를 뿐

세상은 언제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의 소통하지 못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뿐이다.

 

 

현대 문학으로 탄생해서 고전이 되어가고 있는 작품을 만났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그 공들은 허공을 날아 저마다의 가슴에 안착할 것이다.

 

 

그것이 모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깃발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10년 뒤에 다시 한번 읽었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는 이 작품을 어떻게 또 해석하게 될지 알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