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열차에 실려 떠난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임에도 사람 취급받지 못했던 조선인.
낯설고, 말설은 러시아의 척박한 땅에서 악착같이 무언가를 일구어냈던 조선인.
내 나라 땅을 강제로 점령한 일본을 피해 춥고, 메마른 그곳으로 떠났던 그들.
그곳에서 그들은 조선인도, 러시아인도 아닌 채로 살아내야 했다.
겨우 일궈 놓은 그들의 삶은 어느 날 강제 이주 명령에 의해 또다시 정처 없는 길을 떠난다.
누구는 제가 지은 집을 부셔놓고.
누구는 쓸만한 물건들을 모두 땅속에 묻어 놓고.
누구는 돌아올 남편을 위해 감자를 삶아 놓고, 옷가지를 곱게 개어 놓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질질 끌며 화물열차에 짐짝처럼 실려 떠났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떻게 또 살아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탄 화물열차가 그들의 땅이었고, 그들의 잠자리였고, 그들의 한 가닥 희망이었다.
새로운 곳은 더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는 희망.
하지만
그런 꿈은 몇 날 며칠 끝도 없이 흔들리는 땅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