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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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니!" 이 말은 영원히 죽지 않는 그 어떤 존재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1977년 10월 25일.

롤랑 바르트의 마망이 돌아가셨다.

22살에 첫아이를 낳고 23살에 전쟁미망인이 되었다.

그리고 여든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글들은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날부터 적은 짧은 단상들을 모은 책이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메모지에 짤막한 생각들을 적어 두었다.

2년간 계속된 메모들은 그의 책상 위에 둔 케이스에 담겼다.

 

롤랑은 어머니 사후 2년 뒤에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자살로 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짧은 글들엔 상실과 슬픔들이 존재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달 동안 옆에서 간호했던 롤랑의 슬픔들이 곳곳에서 송곳처럼 날카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녀를 돌본 지난 6개월 동안에는 정말 그녀가 나의 '모든 것'이었다. 내가 글을 써왔다는 사실을 나는 완전히 잊어버렸었다. 나는 오직 그녀를 위해서만 존재했었다.

 

 

어머니 곁에서 보낸 6개월 동안 점점 쇠락해가는 어머니를 지켜보던 아들의 마음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글을 써왔다는 사실까지 잊을 정도로 그는 어머니에게 헌신했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신 세상에서 그가 느끼는 상실감은 누구라서 헤아릴 수 있을까.

 

이제 나는 그녀없이 흘러가게 될 긴 날들의 행렬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롤랑은 어머니에게 심적으로 많이 기대었던 거 같다.

그의 마망은 모든 어머니가 아들에게 그렇듯이 정신적인 지주였을 거라고 생각된다.

단지 임종을 지키는 것과 몇 달에 걸쳐 서서히 꺼져가는 생명을 지켜본 사람의 마음은 다를 것이다.

더 복잡하고 외로운 마음이 깃들어 있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역할의 혼란] 수개월 동안 나는 그녀의 어머니 역할을 했다.

내가 잃어버린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 나의 딸이었던 것처럼.(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까?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너무도 사랑했었고 너무 사랑하고 있는 이들이, 내가 죽고 또 그들보다 오래 살았던 이들마저 죽고 난 뒤에는, 이 세상에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 거라면,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나는 죽어서도 계속 기억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내가 살았던 흔적을 세상에 남겨둘 필요가 있을까?

슬프기만한 수 많은 아침들...

 

 

 

긴 글들이었다면 마음을 쏟아내었겠지만 짧게 남긴 단상들은 못다 한 이야기 같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상실의 고통을 느꼈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쩜 그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그리워하는 마음

빈자리에 남겨진 외로움

다시 볼 수 없는 상실감

누구도 다 이해할 수 없는 그만의 감정들.

 

어느 날 불쑥 찾아올 죽음 앞에서

이제 대할 수 없는 마망의 고결함 앞에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마망의 그 빈자리에서

자라는 슬픔을 본다.

 

하나의 세계가 닫힌 그 너머에서 홀로 견뎌야 했던 외로운 영혼의 글들 앞에서 그저 숙연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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