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매일 흔들리지만 그래도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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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을지도 몰라.

 

 

 

 

오리여인이라는 필명으로 그림과 글이 담긴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오리여인의 이름은 예전에 들어 봤는데 글이 좋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나도 읽어 봐야지. 하고서 잊고 있다가 이렇게 연이 닿아 그녀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짧은 글과 연관된 그림 컷이 담긴 에세이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가롭고, 포근하고, 다정하다.

앉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다 읽기가 싫어서 아껴 읽었다.

 

 

 

 

 

 

 

 

 

단순한 그림에서 느껴지는 담담함이 마음을 다정하게 감싸주는 거 같다.

잔잔한 글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그 이유로 피곤해지기도 한다.

좋아서 읽지만 그 좋음에도 피곤은 묻어있다.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되어 좋은 것도 있지만 몰랐던 때가 더 좋다는 걸 깨닫게 될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이렇게 내 마음을 한적하게 해주는 에세이들이 좋아진다.

오리여인의 글과 그림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시름을 덜어낸 기분이 들어 좋다.

누군가 내 고민과 갈등을 덜어 간 기분이다.

 

 

과거의 그 일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떳떳하다면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모두가 완벽한 가정에서 자랄 수도 없고 완벽한 연애만 할 수도 없다. 이렇게 비슷한 삶에서 오늘도 위로받는다. 그리고 알아간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걸.

필요할 때만 SNS에 들어간 지 5개월 정도 지난 요즘. 그 사이 마음이 건강해진 건지 이제 다른 작가의 작품에 '좋아요'도 곧잘 누른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던 시간만큼 그 어떤 따뜻함과 동그란 마음이 내 안을 채운 기분이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고민과 갈등은 모두 다른 듯 비슷하다.

그래서 이 글에서 받는 위로가 그만큼 내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

나도 SNS를 하면서 비슷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게 내 욕심이라는 걸 시간이 지나서 깨달았지만 이것을 이렇게 다른 이의 시선으로 다시 깨닫게 되니 내 마음도 덩달아 동글동글 해지는 거 같다.

 

진짜 나. 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며 나도 진짜 내 모습이 어떤지 되돌아봤다.

나 역시 편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편한 장소, 그렇지 않은 장소. 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 진짜 나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모든 게 나니까.

가끔 나 역시 내가 보고 싶은 내 모습만 나라고 인정하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 싫은 나도 나인데 말이다.

 

몇 년간 일밖에 몰랐던 작가는 자신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남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차츰 그 시간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글은 어딘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쥐어 짜낸 글이 아니라 저절로 우러나온 글이다.

 

차분한 글에 생각이 더해지는 에세이다.

나를 고매하거나 높은 인격에서가 아닌 비슷한 시선에서 다시 바라본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랜만에 만난 좋은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세상사를 들려주는 거 같았다.

 

나는 이렇게 살았어.

너도 그랬니?

 

멀리 사는 친구가 그리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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