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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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결정적으로 달라진 세 가지 마음 자세.

첫 번째. 먼 훗날의 대단한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나'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

두 번째. 내 어두운 면을 사랑하고 인정하게 되었다.

세 번째. '더 커다란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인생은 결코 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여울 작가의 글은 처음이다.

물론 그의 글이 참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이 책은 리커버에디션이다.

2017년 첫 출간된 책이다.

 

지나간 나를 돌아보며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들이 정겹게 마음으로 울려온다.

덕분에 내 지나온 시간들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리숙하고, 세상 물정 몰랐지만 마치 세상을 다 살아버린 것처럼 아는 체했던.

지금 생각하면 민망한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

여기서 10년이 더 흐르면 그때는 지금의 나를 그렇게 떠올릴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내 삶'과 '내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 사이의 거리 조절인 것 같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다.

그저 시간에 쫓겨 하루하루를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한 달 살이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이 글을 읽는 시간은 정여울이라는 작가를 알아가는 동시에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기분'의 고삐를 내 '이성'이 틀어쥐지 못하는 순간에 실수나 불상사가 생긴다. 기분에 좌우되는 삶이 아니라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멋진 기분을 창조할 줄도 알아야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

 

 

이 말에 공감한다.

알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말이다.

난 항상 기분에 좌우되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비극적 주인공으로 생각해서 어둠 속에서 틀어박혔던 세월도 꽤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멋진 기분을 창조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앞으로는 성장해야겠다.

10년 후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며 잘했다고 칭찬해 줄 수 있게.

 

사람이나 장소에 대한 편견은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빼앗아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수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더 멋진 삶의 기회가 스쳐가는 것도 모른 채 그 곁을 지나치곤 한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게 된 나의 편견들을 다시금 정리해 본다.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상황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쳐 알지도 못한 편들기를 했었다.

그것들이 결코 좋은 모양새로 내 인생에 기록되지 않았음을 알린다.

 

노년이 아름다운 순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지혜를 젊은이에게 전해주는 메신저'의 모습을 보일 때다. 훈계조나 명령조로 젊은이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인생 그 자체로 빛나는 모범을 보이는 노년이야말로 세상의 귀감이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이 든 내 모습이다.

그리되려면 아주 많은 것들에게 귀 기울이고, 더 마음을 열고, 수많은 말들을 가슴에 담아 두어야 한다.

내가 갈 길이 멀어 보여서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내 평소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해 준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이다.

 

글들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어둡고, 불안하고, 습한 기운이 아니라 온기와 희망과 사랑의 기운들이 느껴진다.

 

말끔한 사람.

글에서 느껴진 정여울 작가에 대한 느낌이다.

 

정갈한 글들이 내게 조근조근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속 깊은 친구에게 지나온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듯.

 

정여울 작가의 글에 이승원 작가의 사진이 나를 잠시 다른 세상으로 끌어당긴다.

요즘처럼 갑갑한 나날들에 이 책이 위로와 희망을 동시에 주었다.

왠지 내가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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