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사라지지 않는 여름 1~2 - 전2권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방학, 루트 비어, 훔친 풍선껌, 도둑 키스, 열두 살짜리치고는 몹시도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었던, 어지간한 것들은 다 알고, 모르는 건 기다리기만 하면 어렵잖게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무엇보다도 내 곁에 언제나 아이린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열두 살.

풋사과 같은 나이.

소녀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금기시되는, 용납 받지 못할, 당당하지 못할, 호기심.

엄마와 아빠가 캠핑을 떠나고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친구 아이린과 뜨거운 여름을 보내던 캐머런.

그날 아이린과 캐머런은 풍선껌을 훔쳤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날 캐머런의 부모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꺼번에 부모를 잃은 소녀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부모를 잃었다고 자책한다.

할머니와 이모의 보살핌이 있었지만 절친 아이린은 사립 학교로 떠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던 소녀는 여름마다 찾아오는 수영 선수 린지에게 자신에 대한 확인을 받는다.

대도시에서 절반을 살고 나머지는 아버지의 일에 따라 각 도시를 돌아다니는 린지는 캐머런에게 레즈비언에 대한 강의를 해준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도저히 그러지 않을 수가 없어서였다.


대도시로 돌아간 린지는 가끔 전화로 자신이 보고, 듣고, 아는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캐머런에게는 너무 먼 곳의 이야기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콜리.

모델 보다 더 멋진 콜리를 몰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캐머런의 마음을 눈치챈 제이미가 있었다.

알게 모르게 캐머런의 정체성은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사고 있었다.

언제나 그런 일들은 자신이 젤 늦게 아는 법이다.

담담한 문체로 일기를 쓰듯 써 내려간 이야기다.

한 소녀의 성장기에서 빠져나간 부분을 본다.

솔직해질 수 없는 사실을 품고 홀로 가야 하는 모습.

첫 키스 상대였던 아이린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거리를 두고,

친한 친구였던 제이미에게 정체성을 들킨 소녀는 몰래 짝사랑하는 콜리 곁에 맴돈다.

캐머런의 사랑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1989년에서 1993년의 시기에 동성애는 지금과는 다른 대우를 받았다.

개방적인 나라 미국이었지만 몬태나주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캐머런에겐 아주 외로운 싸움일 터였다.


 

 

 

내 머릿속에는 이런 자잘한 원칙이며 성경 구절, 인생 조언이 떠돌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어디서 온것인지, 왜 내 머릿속에 각인된 것인지 의문을 품기를 그만두었음에도 짓눌리는 기분을 느꼈다.



캐머런은 콜리의 배신으로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고 이모와 목사님에 의해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곳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제인 폰다와 애덤을 만나 절친이 된다.

한때 동성애자였던 릭 목사와 그의 이모 리디아는 그곳을 총괄한다.

비록 한적하고 쉽게 찾아가기 힘든 곳에 위치해있었지만 축복받은 풍경이 그나마 캐머런을 위로해 주는 곳이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오던 시기.

로키산맥 인근의 몬태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12살에 부모님을 잃은 캐머런은 이모와 할머니의 품 안에서 수많은 영화 비디오를 보면서 자랐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배울 필요는 없었다.

캐머런은 늘 마음 가는 대로 가는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캐머런의 그녀들은 모두 상처를 주고 떠났다.

같은 걸 느꼈지만 그녀들은 자신들을 안으로 숨겨 버렸다.

사회에서 용납 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낼 용기가 없었던 거겠지.

하느님의 약속에서의 나날은 제인과 애덤으로 인해 숨 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그곳을 그냥 졸업해서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애당초 그것은 병이 아니었고, 절대 나아지는 것이 아니었고, 고쳐지지도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캐머런과 제인, 애덤은 도망치기로 한다.

그곳에서 도망쳐서 자기 자신으로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마크는 노력했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실패했어. 왜냐하면 애초에 그건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크는 생각했겠지.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부위를 잘라버리자고. 정말 좋은 생각 아니야?



기도로, 면담으로, 하느님을 위해 사람들이 애써 무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려고 노력하는 그것은 절대 고쳐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캐머런은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내가 걱정했던 학대나, 추행이나, 인격모독은 없었다.

하지만 가장 무지한 것은 바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 이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곳의 가르침과 믿음 자체가 문제라는 거예요. 믿지 않고 의심한다면 지옥에 갈 거라는, 우릴 아는 모든 사람이 우릴 부끄러워할 거라는, 심지어 하나님마저도 우리의 영혼을 포기해버릴 거라는 말을 듣는다고요.

.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것은 키라든지 귀 모양처럼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우리이게 억지로 변화를 일으키려 하면서, 우리가 변하지 못한 것은 온 힘을 다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더러운 죄인이고, 모든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고 믿게 만들어요.


때리고, 상처 주고, 억압하고, 화내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인정하지 않는 것.

그 모두가 폭력이었다.

원제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이런 걸 의미한 거 같다.

고칠 수 없는 것을 고쳐야 한다고 쓸데없는 것들을 주입시키는 행위.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드는 행위.

스스로를 낙오자로 만드는 행위.

나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내가 캐머런 주변에 있는 어른이라면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대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아직 모른다.

예전에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나는 그를 응원했었다.

어쩜 그는 멀리 있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내 주위에서 나랑 가까운 누군가가 캐머런이라면 나는 응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에, 또 다른 사람에게는 타인을 제약 없이 이해하고 그가 필요로 하는 우애와 사랑을 선사할 만한 감수성을 얻는 일에 도움이 되는 책이기를 바란다.


역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느낀 것은 애써야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냥 인정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선택을.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책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이미 많은 동성 커플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니 나도 지금 당장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마주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해두기로 했다.

그냥.

그가. 그녀가 필요로 하는 우정을 나눠 줄 감수성을 길러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