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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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쓴 여성 세계사.

 

이 책에 실려 있는 100가지 물건들은 여성들을 해방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여성들을 그만큼 착취하고, 해치고, 옭아매는데 한몫했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싸우고, 쟁취하고, 끝없이 항의한다.

오늘날까지도.

 

 

 

1. 몸과 모성, 섹슈얼리티

 

호텐토트의 비너스 엽서는 실존했던 인물로 코이코이 부족과 부시먼 부족 사이에서 태어난 여성 사르키를 말한다.

사르키는 1810년 납치되어 영국에 끌려와서 반나체로 여흥거리고 전시되었다.

그녀는 다른 여성과는 다른 엉덩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사람들은 여흥거리고 삼아 그녀를 전시했다.

 

프랑스의 동물 조련사에게 팔려간 그녀는 죽어서도 편치 못했다.

그녀의 몸은 갈갈이 분해되고 박제되어 파리 인류학박물관에 전시되었다.

넬슨 만델라가 미테랑 대통령에게 그녀를 돌려달라 요구했지만 그녀는 2002년이 되어서야 남아프리카 땅에 묻혔다.

 

생리대의 발명은 여성들의 활동을 훨씬 편하게 만들어 주었고, 아기 포대기와 유모차의 탄생은 육아에 보탬이 되었다.

하지만 아기 포대기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건 몰랐던 사실이다.

 

 

 

 

2. 아내와 가정주부

 

잔소리꾼 굴레.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을 억압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 정신병원만은 아니었다.

잔소리꾼 굴레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여성들의 입을 막아왔던 물건은 200년간 이어져왔다.

1967년에야 영국 형법에서 제거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여성들에게 저 굴레가 씌었을까?

저 굴레는 현대에 와서 여성 혐오 표현들과 이어진다.

모욕감을 주는 말들로 여성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저 잔소리꾼 굴레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줬음 좋겠다.

 

이혼이 자유롭지 못했던 18세기와 19세기 영국에서는 아내를 파는 관행이 생겼다.

공공장소나 신문, 포스터로 광고 되거나 마을 안내원이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기혼 여성은 유언장을 남길 수도 없었으며 임금을 조정하거나 재산을 사고 팔 수도, 계약을 할 수도 없었다. 비록 개인의 결혼 생황에서 개인적인 행동양식의 차이는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아내가 결혼하면서 가져온 소지품이나 돈은 자동으로 남편의 소유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세 명 이상의 여성이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살해당한다.

 

 

 

강간과 가정폭력으로 자행되는 살해 행위는 안팎으로 여성들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3. 과학과 기술

출산에 사용되는 겸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의사가 아닌 이발사가 발명했다.

출산은 여성들만의 전유물로서 산파가 주로 담당했지만 간혹 난산인 경우에는 의사가 필요하기도 했다.

의사가 없는 곳에서는 이발사가 의사 노릇을 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피터 챔벌린이라는 이발사가 산모와 아기를 위한 겸자를 발명했다.

이 겸자는 난산일 때 아기의 머리를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구실을 했는데 결국 이 겸자는 남자 의사들이 출산을 담당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여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출산에서 남자 의사들이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출산에서도 여성 스스로의 힘과 자연적인 출산은 배제되고 돈벌이를 위한 의사들의 주도적인 출산환경으로 바뀌게 되었다.

겸자를 쓸 이유가 없음에도 겸자를 쓰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전자레인지, 전기믹서, 제빵기 등 이후 이어진 전기냉장고와 그 밖의 가전은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고 노동력을 절약하며 여성을 고된 가사에서 해방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여성은 여전히 상당한 시간을 가사노동에 들이고 있으며 '노동을 절약하는' 가전이 보급되면서 점점 더 높아지는 청결 기준과 음식 준비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4. 패션과 의상

재봉틀은 여성들이 집 밖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나

또한 현장에서 노동력 착취의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실리콘 가슴은 인위적인 미의 기준이 가져온 참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도록 사회가 바비 인형의 모습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기에 많은 여자들은 자신의 유방을 부풀리기 위해 위험을 불사한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다양한 모습들이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미의 기준은 인형이 되어서는 안 된다!

 

5. 소통과 이동, 여행

 

자전거는 여성의 현대성과 자유를 상징하고,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여행을 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여성도 탄생했고, 서구사회의 가정주부들에게 미니는 혁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남자들 보다 작은 차를 몰고 여성 운전자에 대한 비판과 농담은 계속되고 있다.

 

6. 노동과 고용

 

중세 시대엔 남녀 모두가 자수를 놓았다는 사실은 신선하다.

하지만 자수는 점점 여성스러움을 주입하며 여성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여성들은 자신들의 힘을 담아냈다. 여성스러움의 주입을 여성의 힘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결국 여성은 이 세상에 자기가 살았다는 것을 보여줄 뭔가를 남기고 갈 만한 것이 별로 없었어요. 심지어 자신이 낳고 기른 자녀들마저 아버지의 성을 따르잖아요. 하지만 퀼트만큼은 여성이 물려줄 수 있는 것이었죠.

 

 

 

퀼트, 자수, 뜨개질 등은 여성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집단적인 일이다.

이것을 위해 모여서 외로움을 달래고 기술과 우정을 키웠다.

 

19세기에 남장을 하고 군의관이 된 마거릿 앤 버클리.

남자들이 점유한 직업에서 일하기 위해 스스로 남장을 한 여자들이 많았다.

살기 위해서 남장을 한 수많은 여자들을 우리는 소설 속에서 만나기도 한다.

현재에도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일을 해도 임금을 훨씬 적게 받는다.

사실이다.

 

7. 창작과 문화

랭골렌의 귀부인들.

참 멋진 삶을 살았던 여성들이었다.

자기들만의 세계를 창조한 여성들이다.

그녀들의 관계가 동성애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녀들은 자신들만의 저택에서 자신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주며 화려한 삶을 살았다.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낙태는 아이를 가진 사람에게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결정권은 법과 종교가 가지고 있다.

아직도.

 

8. 여성의 정치

이집트의 하트셉수트라가 파라오였다는 사실은 3000년 동안 숨겨진 사실이었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여성 지도자가 하트셉수트라뿐은 아니겠지.

부디카는 로마군을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한 이세니 부족의 여왕이었다.

잔 다르크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순교자이자 수호성인이다.

마녀처럼 화형에 처해지긴 했지만.

 

마녀 잡는 망치. 라고 해서 살벌한 망치를 떠올렸지만 이것은 심문하는 책이다.

이 책은 결국 여성과 사회 내 여성의 지위에 대한 깊은 불안을 존재한다는 걸 나타내는 책이기도 하다.

마법사를 잡는 망치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많은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마녀라는 이름으로 처형당했다.

여성의 힘을 두려워한 소인배들의 모략으로 사라져간 능력 있는 여성들의 한은 어느 세월에 풀릴까?

 

1893년 세계 최초로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는 뉴질랜드다.

미국도 못한 걸 뉴질랜드가 해냈다!

 

여성의 역사는 지금도 부단히 나아가고 있다.

모든 면에서 전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잘 못된 대우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내 엄마 세대에 비해 나는 조금 나은 삶을 살고 있고, 나보다는 내 조카들의 세대는 우리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100년 후

이와 같은 책이 다시 나온다면 그 책에 담길 우리의 이야기가 좀 더 당당하고, 좀 더 평등하고 자유로웠던 기록으로 남겨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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