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그림이 이야기를 대신한다.
막바지에 이른 그들의 페이지는 춤으로 사라진다. 점점이.
곰은
모든 것을 주고받았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었을 것이다.
사라져서 더는 찾을 수 없는.
일상으로의 회귀.
삶을 살아내지만 비어진 한 귀퉁이에선 끝없이 손짓하는 무언가가 있겠지.
결국은
나머지 삶은 추억 속에서 사는 것이다.
다시 만나면 어떨까?
그때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함께 있다면 우리는?
추억을 소환한 상상 속에서 나는 다른 삶을 살고
현실에선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이지.
빨강에서 분홍으로 그녀의 삶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녀는 곰과 함께 춤을 추며 페이지 너머로 사라진다.
그 너머에서 그들은 춤을 추며 살 것이다.
다시 사라지지 않고,
다시 헤매이지 않고,
다시 떨어지지 않고,
다시 그리지 않고.
이 책은
읽는 이의 경험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도
이야기의 맺음도
다르다.
모두가 곰과 그녀를 자기 경험으로 해석할 테니.
그래서 늘 새로울 이야기다.
사랑은.
그때그때 달라요.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언제 하느냐에 따라
내 마음가짐에 따라
상대 마음에 따라
참 세련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