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183장과 원작 동화 동화 210편이 수록된 완역본이라 소장 가치도 있는 책이다.
어린이 동화로만 기억하고 있던 그림 동화의 원래 버전을 보니 어른의 세계는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다는 걸 느낄 뿐이다.
욕심을 부리거나 남이 잘 되는 걸 배 아파하거나, 남을 속이면 그에 준하는 응징을 받는다는 사실이 이야기 곳곳에 담겨 있다.
게다가 어리석고 약삭빠른 사람들의 끝도 그리 순탄하지 않다.
유리병 속의 혼령은 알라딘을 연상시킨다.
물론 알라딘처럼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주진 않지만 자기를 구해준 보답은 한다.
털북숭이 공주의 이야기는 신데렐라를 연상시킨다.
딸이 점점 커가면서 죽은 왕비와 닮아가는 모습을 보고 딸과 결혼하려던 아비에게서 도망친 이야기지만.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 있지만 이 이야기가 그 당시의 생활상을 담아낸 자료라고 생각하면 그 시대에 죄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벌하는가를 알 수 있다.
죽음의 신에선 죽음의 신을 대부로 가진 아이가 자라서 죽음의 신의 도움을 받아 의사가 되어 명성을 떨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죽음의 신이 병자의 머리맡에 있으면 그 병자는 살아나고 발치에 있으면 죽음을 맞는다는 걸 아는 의사는 아픈 사람을 보기만 해도 나을지 죽을지 아는 명의로 이름을 떨친다.
하지만 왕의 죽음을 그냥 넘길 수 없었던 의사는 대부를 속이고 환자를 거꾸로 눕혀서 살려낸다.
화가 난 죽음의 신은 또 그런 짓을 하면 네 목숨을 빼앗을 거라 경고한다.
어여쁜 공주가 아프고 의사는 죽음의 신이 공주의 발치에 있는 걸 본다.
하지만 예쁜 공주의 죽음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의사는 공주를 살려내고 그녀와 결혼해서 살고 싶다고 대부에게 간절하게 빈다.
죽음의 신을 두 번이나 속인 의사의 끝은 어찌 될까?
룸펠슈틸츠헨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이 인물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대신 그 사람의 첫아이를 데려가는 고약한 인물이다.
자신의 이름을 맞히면 아이를 잡아가지 않는다고 말하던 이 난쟁이는 왕비가 자신의 이름을 맞히자
"악마한테 들었구나!"라고 소리 지른다.
스스로 자기가 악마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사실 요즘처럼 강제 칩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책도 손에 잘 안 잡히고, 집중이 부족한 때에 읽은 그림 동화.
짧은 이야기 속 잔혹동화는 현실과 맞물려서 내게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어릴 적 동화가 가물가물하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잔혹동화의 끝을 맛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