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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이야기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이 가진 힘을 좋아한다.
단순하고 간결한 글과 그림에 담겨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감동들 때문에.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에 눈길이 자꾸 간다.
흑백 배경에 빨강으로 포인트를 준 느낌이다.
장갑은 늘 짝이 있다.
오른손과 왼손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둘이 같이 있어야 비로소 짝이 된다.
하지만 부주의한 인간들은 곧잘 한 짝을 잃어버리고 만다.
장갑 한 짝은 잃어버리면 그뿐.
다시 찾느라 오던 길을 되짚어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건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음으로 그냥 포기하고 만다.
어차피 대체할 물건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왼쪽 장갑은 더럭 겁이 났어요.
한 짝만 남은 장갑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잃어버린 사랑도 잃어버린 장갑 한 짝처럼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안다면 되돌아가서 찾을 수 있을까?
한 짝을 잃은 장갑의 운명은 쓰레기장으로 가게 된다.
아니면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결국 짝이 없어 버려지게 된다.
이래저래 버려질 운명이다.
우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그리워하지 않는 법을 너무 많이 배우고 있는 거 같다.
감정 소모할 필요 없이 대체할 무언가를 얼른 찾아서 빈자리를 메꿔 버린다.
그렇지만 그 메꿔진 빈자리가 같을 리 없다.
같지 않음 조차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왼쪽 장갑은 자신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알고 있다.
쓰레기장으로 가지 않기 위해 왼쪽 장갑이 택한 것은 어떤 선택일까?
이 작은 책에 깃든 사랑의 노력이 무뎌진 감성을 콕~ 찌른다.
최소한 노력이라도 했다는 그 기분을 잃어버린 사랑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왼쪽 장갑은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이 무뎌진 감각들을 깨어나게 했다.
깜찍하고 기발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그 순간.
잃었던 사랑도 그렇게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 오는 날
빨간 우산 같은 빨간 장갑의 이야기가 풍선처럼 내 마음에서 둥둥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