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깊은 적진에서 누구보다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가 되어 여자들을 다스리고, 계몽하면서 굳건한 입지를 다진 사람.
그리고 뒤에서 모두의 비밀을 차곡차곡 쟁여 놓은 사람.
그리고 마지막 한 방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마치 첩보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매 페이지마다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3명의 화자의 증언.
과거의 이야기가 하나로 엮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가공할 세계를 창조해낸 마거릿 애트우드.
이 이야기를 페미니즘 관점에서만 보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무관심,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
그것이 결국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아무런 저항조차도 하지 못할 순간이 되면 사람은 선택을 하게 된다.
누구는 아는 얼굴을 마주 보며 총을 쏘고,
누구는 검은 옷들을 향해 총을 쏘고,
누구는 가리개를 하고 죽음을 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꿰어 차고 나아가기도 한다.
기이함과 불평등함을 신의 이름으로 포장한 길리어드.
소수의 권력자만이 모든 걸 누리는 길리어드.
그들을 탄생 시킨 건 다수의 침묵이었다.
그 침묵의 대가가 너무도 빠르게 자신을 옥죄어 올 거라는 생각도 못 했겠지.
상상 속 길리어드는 지금 존재하고 있는 우리일지도 모른다.
편을 가르고
급을 가르고
모든 걸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하루하루는 버거운 일상일 뿐이다.
순결을 강조하는 자들이 더 변태스럽고, 공정함을 논하는 자들이 불공정하다.
선의를 말하는 자들이 악마스럽고, 정의를 말하는 자들이 오히려 정의롭지 못하다.
책을 읽고 난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길리어드가 상상 속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 세워진 느낌이다.
소수의 편의를 위해 개조되고, 계몽되고, 길들여진 내 모습이 그녀들 보다 나을 것이 없어 보여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권한다.
이 세계를 알고 나면 세. 상. 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