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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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무리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늘 그렇게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선물을 주곤 하셨습니다.




금난새 지휘자는 알았어도 그분의 아버지 금수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 책의 삼분의 이는 금수현 님의 글이다.

올해 탄생 100주년이다.

그 기념으로 아들 금난새 씨가 아버지가 기고했던 글들을 추려서 자신의 글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자유롭고, 유머러스하고, 뼈 있는 이야기가 만담처럼 담겨있다.

1962년 3월부터 6월까지 일간지에 썼던 칼럼 중에 일부분을 가져왔다.

책을 읽으면 그 시대나 지금이나 시대의 고민은 같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도 취직하기 어려웠고, 그때도 갑질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때도 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뭔가 아득한 낭만이 존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금수현 씨의 낙관적인 생각이나 웃음기가 글에 넘치기 때문인 거 같다.


사람이란 이런 꾀를 쓰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주는 것 없이 미운자, 세상을 모르고 까부는 자, 남에게 실례를 예사로 하는 자, 능글맞게 억지 부리는 자를 욕이나 주먹으로 망신 줄 것이 아니라 슬쩍 기지로써 녹아웃시키는 것도 통쾌한 일이다. 첫째 모욕죄니 폭행죄니 하며 고소당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사회 각 분야에 대해서 은근슬쩍 농담조로 이야기를 하는데 분량이 매우 짧다.

그 짤막한 이야기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울컥할 때도 있고, 낄낄거리게 웃길 때도 있다.


시대를 앞서가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남다름이 이야기 곳곳에서 보이기에.

글에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60년대 초라면 정말 먹고살기 바쁜 시대였을 텐데,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전력투구 하려던 때일 텐데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고 위트 있다.


우리가 자식을 기를 때 사랑한다는 것과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은 구별해야 될 줄 안다. 아이에게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것은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실패도 귀중한 경험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아이에게서 실패의 경험을 뺏지 말라고 말한다.

난제를 어른이 풀어주면 창의성이 생겨나지 못함으로.

참 깨어있는 어르신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을 읽을수록.


우리 예술에도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가져야 할 것이거늘 이 공감이란 정치에서도 필요하다.




글을 읽다 보면 글에 베어 있는 온기가 내게로 전해진다.

모든 글에 따스함과 웃음이 담겨 있어서 읽고 있으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그분의 삶이 그려진다.

언제나 밝은 에너지로 사셨을 거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의 코드를 찾아내셨을 거 같다.

그래서 금난새라는 아들을 키워내셨는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나서 가뿐한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삶이 가벼워지는 느낌까지 든다.


내 주변엔 이토록 세상을 밝게 본 어른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비판적이고 어두운 어른 쪽에 속해있었다.

유머와 위트를 배운 적이 없기에 늘 무겁게 살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렇게 세상을 밝고 재밌게 읽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늘 심각하고, 걱정이 많다고 해서 세상이 나아지는 건 아닌데.

내 머릿속 어른은 늘 심각하고, 걱정 많고, 근엄하다.

쓸데없는 체면을 차리느라 인생이 골로가는 줄도 모르고 살고 있음이다.


전쟁과 혁명 직후의 세상을 살면서도 이렇게 해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시대 신문에 실린 칼럼인데 무겁고, 진중하고, 항상 걱정을 일삼은 글이 아니어서 신기했다.


이 땅에 첫째 무지를 없애고, 그 뒤에 할 일은 대화나 행동 속에 센스와 유머가 포함되어야 살맛이 나겠다.



이분의 생활신조가 드러나 있는 글을 마주하고 있다.

나 역시 이렇게 살고 싶었는데 나는 어디에서 재미없는 어른이 되고 말았을까?

센스와 유머를 포함시키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앞으로.


인생이라는 이름의 오선지 위에도 음표처럼 배려와 감사 같은 것들이 채워져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잊고 사는 것들을 깨우치게 해 준 한 권의 책.

사실 억지로 읽게 되었던 책이었는데 의외로 내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서 남다른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책에도 인연이 있다면 이 책은 내게 센스와 유머 그리고 배려를 인생에 채워 넣으라고 알려주는 지침서의 인연으로 내게 온 거 같다.


언제나 세상은 기대하지 않은 것으로부터 영원할 수 있는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법이다.

오늘도 여전히 예외는 없었다.

책에는 언제나 진리가 담겨 있으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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