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지하실에서 실수로 악독한 지박령이라는 원혼을 불러내고 말았다. 지박령을 둘러싸고 있던 어떤 금기를 깨뜨린 바람에 노퍽관은 지금 사람들의 혼을 농락하고 끌어가는 사냥터가 되고 말았다....

 

 

신입생, 기숙사, 7대 불가사의 괴담, 악마 소환, 초혼 의식.

안 궁금할래야 안 궁금할 수 없는 소재로 무장한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맨 앞장을 장식하는 이야기는 과거의 사건과 기숙사에 전해내려오는 괴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사건이 신입생들에게 벌어진다.

 

다른 학생들 보다 일찍 기숙사에 도착한 신입생들 중

아화, 버스, 위키, 칼리, 아묘, 산산, 샤오완, 즈메이는 서로 친구가 된다.

그들의 기숙사 노펵관은 100여 년 전에 전소된 성 위에 세워졌다.

그들이 휴게실에서 신나게 기숙사의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학교 선배 아량이 다가온다.

100여 년 전 화재로 성이 전소된 뒤에도 이상한 의식을 했던 지하실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구경해보지 않겠냐고.

 

기숙사 첫날.

한껏 괴담에 고무된 이들은 아량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간다.

성 전체가 전소했음에도 지하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인 이곳에서 버스는 친구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청한다.

 

초혼 게임.

그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한 게임이 끔찍한 무언가를 불러냈다는걸.

 

그리고 그것이 차례차례 그들을 잡아갈 거라는 사실을.

 

 

 

 

 

 

 

기숙사 전체가 뭔가에 지배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장기판의 말이 되어 '공포'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대국은 불공평하다. 우리는 오로지 잡아먹히는 쪽에 놓여 있다.

 

  

찬호께이의 작품은 처음이다.

왜 다들 찬호께이에게 엄지 척을 하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호러를 표방한 추리소설은 그야말로 첫 장부터 흥미진진했다.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이 끔찍한 사건에 가담하게 되는 친구들이 만나게 되는 과정부터 그들의 호기심과 장난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과정과 괴담과 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친구들이 하나씩 눈앞에서 거울 속으로, 땅속으로, 원혼의 손아귀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끔찍한 설정 때문에 조마조마하게 읽어 가게 된다.

 

정말 보통 사람 아화는 친구들을 구할 수 있을까?

 

과장이 심하고 시끄러운 버스.

인터넷 정보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위키.

천문학을 좋아하는 칼리.

그런 칼리를 보호하는 의대생 아묘.

단연코 눈에 띄는 미모의 산산.

총천연색 컬러플한 옷으로 시선을 끄는 여자 버스 샤오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즈메이.

기숙사의 괴담에 대해서는 줄줄 꿰고 있는 선배 아량.

그리고 더 이상 보통일 수 없는 평범한 아화.

 

이 9명이 펼치는 괴담과의 사투는 곳곳에 설치된 복선을 깨닫지도 못하게 재빨리 진행된다.

시간의 틈으로 빠지고, 거울 속으로 공간이동을 하며, 즐비한 시체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책상이 친구를 잡아먹기도 한다.

이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들은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

그들은 노펵관에 갇혔다.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

 

교묘하게 숨겨진 트릭은 책을 다 읽어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니는 염소의 미소 때문에 염소에 대한 편견이 생겨버릴 거 같다.

염소를 이렇게 사악하고 섬뜩하게 그리다니.

염소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이 이야기가 생각날 거다.

 

이 이야기 한 편으로 마치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기분이다.

심령 현상이 이토록이나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

암튼 친구는 잘 사귀고 봐야 한다.

소외된 이웃과 친구를 잘 돌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이야기.

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의 세계로 들어왔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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