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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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보라 섬에서 보란 듯이 살아가는 이야기.

생각해보면 나의 가난을 핑계로 지금껏 얼마나 많은 이들의 낭만을 비웃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다른 이의 낭만을 비웃지 않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괜찮은 어른이 되는 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누군가의 SNS에 올라온 사진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사진에 담긴 풍경만으로 그 사람의 삶을 제멋대로 재단하고 있는 거 같다.

나조차도.

보라보라 섬.

이름만으로도 뭔가 따스하고, 평화롭고, 느긋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곳에서 여행이 아니라 삶을 살아낸다는 건 어떤 것일까?

김태연 작가는 영화학교를 나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런 그녀가 낯선 곳에서 낯선 이방인과 결혼하여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보라보라 한 섬에서.

그곳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게 더 많은 곳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는 삶.

자주 찾아오는 정전사태와 살 것보다는 구비되어 있는 것에서 살 것을 골라야 하는 마트.

영화관도, 편의시설도 없는.

보라보라~ 했지만 풍경 외에는 볼 게 없는 보라보라 섬.

가진 게 없다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닌 그녀의 소소한 일상들은

섬의 낭만적 풍경보다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에서 나오는 평화로움이 가장 인상적이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소비 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더 풍요롭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아이러니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소비할수록 우리는 더 결핍되어버리는 게 아니까 하는.

 

99마리 양을 가진 양치기가 1 마리의 양을 가진 양치기의 양을 욕심내는 것처럼

사람은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 하는 습성이 있나 보다.

하지만 보라보라에서는 모두가 꼭 필요한 것만을 가지고 산다.

불필요한 것을 가지려 생을 낭비하지 않는 그들의 삶이 왠지 정말 제대로 된 삶인 거 같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는 게 아닐까.

이유 없이 상처를 입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건 없는 호의를 베푸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아무래도 삶의 균형이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글과 사진 속에 담긴 사람들과 풍경이 자꾸 가슴에 스민다.

이유 없이 따뜻하고, 괜스레 울컥하며, 공연히 설레게 하는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

친구끼리, 가족끼리, 부부끼리.

자신들만 이해하는 농담이 있으리라.

언젠간. 이라는 말로 묶어 둔 카메라를 꺼내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곳곳의 찰나를 찍고

마음이 가는 곳의 모습을 담는다.

그리고 매일을 쓴다.

누구나 바라는 삶이지만

누구나 살고 있지 않은 삶이다.

집을 나서면 바로 바다가 있는 삶.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진리에 대한 이야기가 맘에 든다.

툭하면 정전이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 정전 속에서 더 많은 걸 해내는 모습을 읽고 있자니

편의를 위한 시설이 결국 사람들 사이를 더욱 분리 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그래서 더 밉고, 더 애틋하고, 더 화가 나고, 더 눈물이 난다.

작가의 이야기는 모두의 이야기와 같아서 많이 공감하게 된다.

어느 곳에서 살더라도 참 예쁘게 살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와 평화와 행복이 무언지 아는 사람들의 삶.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살아가고 있는 삶을 잠시 엿보면서 내 삶의 방식을 점검해 본다.

두려움 없이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은 내밀어 줄 것.

어디에서 살게 되든지 간에 씩씩하게 살아낼 것.

아무리 험한 세상이더라도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믿을 것.

덜 가지는 법을 알게 되면 더 많은 자유를 갖게 된다는 걸 깨달을 것.

우리만 아는 농담.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그러나.

몰라도 되는 내일이 있으므로 나는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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