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는 자신처럼 그곳에 붙잡혀 온 불법 체류자들과 함께 생사를 거는 도망자가 된다.
출구 없는 사냥터에서 살기 위해 맹렬하게 도망쳐야 하는 그들.
그리고 그들을 재미 삼아 쫓는 사냥꾼들은 시시각각 그들을 향해 다가온다.
노숙자 레미와 말리에서 온 사르한 체첸에서 온 형제는 사력을 다해 도망치지만 도망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죽음을 피해 낯선 세계로 도망 친 형제는 결국 사지를 벗어나 죽음의 대가를 치르는 곳으로 자진해서 걸어온
셈이다.
그들에겐 이 세상 어디에도 평화로움은 없겠지. 죽음까지도 고통스러웠을 뿐이니까.
그래도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도망치는 모습에서 인간의 다른 본성을 보게 된다.
악에 물든 본성과 어떤 식으로든 맺게 되는 끈끈한 결속력.
무전유죄의 법칙과 살아남은 자는 침묵해야만 한다는 사실.
그리고 진실에겐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
사람들은 허황된 진실보다는 날조된 현실을 더 믿는다.
지에벨의 이야기는 인간 본성의 원초적 감정선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
그리고 모호하게 끝맺음을 하는 인간관계도 있다.
쥘리라는 여자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다 언급되지 않은 이야기가 찜찜하게 남아 있다.
디안은 쥘리와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언급되지 않은 건 잊을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