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래야만 했을까.
하다가도.
자신의 삶에 온기가 없던 남자는 마지막에 온기를 쥐어짜서 따뜻하게 멀리 갔을 거라 생각해본다.
짧은 이야기에 담긴 묵직함이 오래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
프레드릭 배크만의 일생일대의 거래.
잠시 끝도 없는 먹먹함 속으로 빠져든다.
나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암 선고를 받은 남자는 부유하지만 정작 소중한 것은 잃고 살아왔다.
돈과 명예와 바쁘게 사는 인생 안엔 가족이 없었다.
그에게 가족은 시간을 내어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남자의 시간은 늘 남의 것이었으니까.
암 병동의 한 소녀는 이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아이는 사람들이 없을 때 의자에 빨간색으로 색칠을 한다.
그 두 사람은 회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를 본다.
가까이해서 이로울 것이 없는 여자다.
그게 전부라면, 그게 당신의 전부라면 누굴 위해 당신을 내어 줄 수 있을까?
잠든 가족을 보며 이 이야기를 생각했다는 배크만의 마음이 느껴진다.
가장 행복할 때 가장 불행한 일을 생각하게 되는 순간.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순간.
아들에게 내어주지 못했던 곁.
아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사랑.
아들에게 건네지 못했던 온기.
그것들은 끝내 전해지지 못하겠지.
그렇기에 그는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동화처럼 예쁜 책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 짧은 이야기에 간결하게 담긴 삶의 모순.
어떤 선택을 해도 상처는 남는다.
누군가에게.
행복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를 위해 살고 오로지 소비자로서 지구상에 존재한다. 나와 다르게.
나는
가족에게 얼마나 시간을 내어 주고 살고 있는 걸까?
나는.
누군가에게 내 시간을 덜어 줄 수 있을까?
지금 잘 살고 있나?
행복한가?
그의 거래가
자꾸만 마음에 남는다.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나 보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