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결국은 돈이나 벌어 보자는 제작자의 이야기.
여성에게 판을 깔아 주겠다던 그의 선택지는 뻔하디 뻔한 포르노였다.
아무리 잘 각색했어도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옛말은 그른 게 없다.
연극 대본 같고, 시나리오 같고, 수필 같고,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며 이 작은 공간에서 잘 정돈되어
있다.
여성에 대한, 여성을 위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여성이 들려준다.
과격하지도 않고, 격정적이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고, 감정적이지도 않다.
적절한 선을 오고 가며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 앞에서 스스로 어이없어하고, 웃고, 찡하고, 감정적이게
된다.
사랑, 섹스, 젠더, 예술, 신, 아웃사이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깔끔하게 가볍게 담겨 있다.
그래서 실실 웃다가도 문득 답답해지고
이다음은 어떻게 됐을까?를 열심히 상상하며 머리를 굴리게 되고
나는 어떤 인간인가? 여자인가? 중성인가? 그냥 사람인가?를 고민해 보기도 하고
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다시금 헤아려 보기도 한다.
고양이도 좀비가 될까?
주님은 사탄 때문에 지옥을 만들고 예수 때문에 부활절을 만드셨나 보다.
똥손 좀비 최후의 선택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내고픈 203호의 콘돔은 어디로 갔나?
고장 난 딜도는 방망이로 써야 하나?
하느님의 창조 과제는 F. 만회하려면 어떻게 하실래요?
한국 사람은 어딜 가도 엄마한테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분명한 사실.
정신과 의사보다는 마녀가 낫네.
예술의 깃발은 오색찬란하다.
보이스 피싱의 신기원을 이룩하다.
불타는 구제 옷
스타킹은 빌리지 말아야 했어. 그렇게 벗을 바에는.
이 문장들은 책을 읽어야만 무슨 말인지 '감' 이라도 올 것입니다.
그러니 뭔가 신박한 거 없나?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시라 말씀드릴 수밖에요.
무거운 주제일수록 가볍게 응대해야 깊이 생각할 시간을 만나게 된다.
이랑의 오리 이름 정하기가 그렇다.
이랑 이야기책. 이라는 부재가 그래서 더 눈에 띈다.
재밌는 모국어로 된 작품은 나를 더 살아있게 만든다.
갑자기 꼰대스러운 세상 속에서 신 인류의 얘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이랑 작가를 읽던 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