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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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책방의 점장을 맡고 있습니다. 만 권이 넘는 막대한 기억 데이터 안에서 지금 당신에게 딱 맞는 책을 한 권 추천해드립니다.

 

 

제목이 긴 이 책은 실제로 겪은 일을 잡지에 연재한 것이다.

제목만 보고도 참 멋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나코는 집을 나와 며칠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X]라는 사이트를 알게 된다.

그곳은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소통을 하는 앱이다.

나나코는 자신의 프로필에 책을 추천해준다는 문구를 걸로 사람들을 만난다.

 

얘기만 들었을 때 이상한 사람들이 나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스러운 사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로의 관심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나코에게 책을 추천받는 만남이었다.

아무리 서점에서의 경력이 있다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는 건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지인들이 읽을 책 좀 추천해 달라 하면 고민이 많아진다.

성별, 나이, 직종, 취미 등 여러가지 스펙을 고려해 책을 떠올리기보다는 그 사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후 고르는 편이 성공 확률이 높다.

 

나나코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책을 추천할 때의 주의점>> 은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고, 주위 사람들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사람이라면 숙지해 보는 것도 좋겠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실화였다.

이혼을 생각하고 이직을 생각하는 나나코가 자신을 찾기 위한 모험을 하는.

익숙하지 않은 앱을 깔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경험의 폭이 넓어져 가는 나나코의 모습이 싱그럽다.

갑자기 나도 뭔가 하기 위한 여정에 나서고 싶을 정도로.

이곳은 '이렇게 되고 싶다' 는 각자의 소망을 시험해보는 실험장일지도 모른다.

 

 

[X]라는 앱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나코는 그곳이 저마다의 소망을 시험해 보는 실험장이라 생각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 해보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일, 남들이 알지 못하는 일들을 설명하는 시간.

서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

우리가 간절히 원하지만 친한 사람들과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시간.

그 시간 동안 나나코는 서서히 변화해 간다.

조금씩 새로운 인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예감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을 추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나코 역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그 실수에서 늘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스스로 소심하고 낯가린다고 말했지만 아마도 본인 스스로 자신 안에 감춰졌던 밝음의 힘을 몰랐던 게 아닐까?

그녀의 1년간의 방황 속에서 그녀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발랄한 자아를 끄집어 낸 나나코의 모습이 찬찬하게 그려진 매력적인 이야기.

어떤 말을 써야 이 책의 매력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며 책과 마주하노라면 하나도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책에도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말은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나코도 늘 상대방의 매력을 찾는 노력을 했으니까.

책을 고르는 일은 결국 책 같은 사람을 찾는 일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일본 문학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이 책에 실린 책들의 대부분이 잘 모르는 책이라는 것.

그것이 참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이것이 실화이구나를 체감했다.

소설이었다면 누구나 아는 책들을 권했겠지.

낯선 이들에게 책으로의 길을 안내하는 서점원 나나코.

그녀에게 나도 책을 한 권 추천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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