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곡을 같이 넘어온 사람들에게 완벽하지 않은 것은 외로움이었다.
엄마가 되지 못한 상실감을 앵무새를 기르며 달래는 바이올렛의 마음속엔 조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당시의 여자들에겐 의무이자 권리였던 아이는 그렇게 바이올렛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벽으로 쌓아
올려졌겠지.
조에겐 관심이 필요했다.
사랑받고 있다는.
오래된 연인들이 서로에게 심드렁해지는 것처럼 오래된 부부에게도 그런 시기가 온다.
그 사이에 절충 선이자 징검다리인 매개체가 없다면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벽이 쌓아지는 걸 방치할
뿐이다.
여러 가지 사회 상황과 각자의 삶의 굴곡과
치정과 울분과 분노와 답답함이 이 이야기를 지배하고 있다.
제목처럼 재즈는 즉흥적인 삶을 얘기하고 있다.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되었을 때 복병처럼 튀어나오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도 싶은 그때.
즉흥적이고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혀 해서는 안 되는 일도 하게 되는 그때.
음악은 즉흥적으로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을 흠뻑 적시지만
인간사는 그 즉흥적인 마음 때문에 그동안 쌓아 온 생이 허물어지기도 하지.
끈적끈적한 여름밤의 열기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재즈의 선율처럼
바이올렛과 조. 그 두 사람을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들은 파편처럼 남겨질 거 같다.
인생의 중반을 넘긴 시점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에도 역시 희생은 필요하다.
젊음은 늘 그렇게 자신을 바쳐 원하는 걸 이룩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