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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가을은 감성의 계절이다.
이 계절에 내 감성을 내가 잘 표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내 마음속에 들어와 본 것처럼 적어 놓은 글이 있다면 사는 게 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여기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이라는 에세이가 내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다.
읽는 내내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내 맘을 콕콕 찝어 적은 글들이 오랜만에 나를 건드려 준다.
이런 느낌을 잊고 살았다고 생각하니 사는 게 조금 편해졌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건지도 모르지.
상처 준 사람은 밖에
있는데
왜 나는 그 상처를 끌고
들어와서 내게 상처를 주고
다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가.
요즘 내 주변인들 중에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공감 가는 글귀였다.
나라도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할 때 나는 가난해진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질투할 때 나는 가난해진다.
내 삶이 별로여서
가난해지고 내가 싫어져서 가난해지고
그렇게 자꾸 나는
가난해진다.
나는 이제 내가 가진 것들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니까.
내가 가진 것들로만 나는 부자가 되기로 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모두 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쥐여주고 싶은 책이다.
혼자서 내 마음을 쓰담쓰담 해주라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러니 혼자 아파하지 말라고.
그 아픔도 언제든 지나가게 마련이니.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고 되고 싶지도 않다.
부족한 게 많아도 나는 그냥 나인 채로 살고 싶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당신은 내가 아니고 나는 당신이
아니다.
우리는 다르다.
낮과 밤만큼이나. 여름과 겨울만큼이나.
상당히 오랜 시간 많은 고민을 해 온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글이다.
라디오 작가였던 이력이 글을 더 함축적이면서 더 감성적으로 만들어 준 거 같다.
밤 깊은 시간 라디오 DJ 이의 깊은 목소리로 듣는 감성 글처럼.
지금 마음이 외로운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책이다.
지금 나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끼고 있는 이에게 주고 싶은 책이다.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버석버석 무딘 감성으로 미래를 나아가고 있는 내 자신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촘촘하게
조여진 감정선이
어느덧 나를 질타하다가 어느새 나를 위로해준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은 느낄 수 있는 절절함이 곳곳에 베여있다.
그 터널을 거니는 마음이 어느새 따뜻하고 촉촉해진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계절의 터널에서
뜨거운 커피 한 잔과 함께 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읽다 보면 서서히 술을 부르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
나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와 함께 읽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게 하는 글이었다.
삶에 대해.
산다는 것에 대해.
내가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