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의 작가 황선미.
그가 작가의 꿈을 키움에 밑거름이 된 작품이 있다.
공모전에 출품해서 이등의 타이틀을 단 마음에 심은 꽃.
이 이야기는 공모전 출품작으로 남았고, 그녀의 이력에 남았을 뿐
책으로는 남지 않았다.
이 작품은 스물하고도 네 해 전, 나의 시작 어떤 지점이다. 그런데 꽤 오래 걸어 온 나의 지금에 이것이 어떤 의미가 되려고 한다. 등을 구부려 손끝으로 발을 만지는 기분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잔잔한 수채화 그림이 곁들어진 동화 같은 이야기는
차분한 이야기와 더불어 뭔지 모를 아늑함과 아릿함을 동시에 주는 이야기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마을
가장 친했던 친구마저 마을을 떠나고
일손이 부족한 부모님을 도와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수현이.
인동꽃이 마당에 지천으로 피어서 인동집으로 불리는 집은 동네에서 제일 먼저 비어진 집이었습니다.
그곳 마당에 꽃씨를 심고 수현과 미정에게 꽃밭을 가꾸게 한 사람은 수현의 삼촌이었습니다.
농고를 졸업했지만 공장으로 일하러 삼촌도 떠나고
수현과 같이 꽃밭을 가꾸던 미정도 떠났습니다.
떠나는 사람들 뒤로 시간은 가고
다시 인동꽃이 필 무렵 그 집에 도시에서 누군가 이사를 왔습니다.
인동집에 이사 온 남자아이는 마을 아이들과 도통 어울리지 않습니다.
학교에도 나오는 날 보다 안 나오는 날이 많죠.
수현이는 자기를 무시하는 듯한 그 남자아이가 밉습니다.
그 아이가 이사를 오는 바람에 꽃밭도 돌보기 힘들어졌으니까요.
그리고 이사 온 사람들은 꽃을 돌볼 줄 모릅니다.
꽃이 짓이겨져도 모를 만큼 무관심한 사람들이죠.
그 집 남자아이도 그렇다고 수현이는 생각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꽃밭을 구경하러 간 수현이는 마루에 펼쳐져 있던 그 남자아이의 일기장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남자아이에게 들키고 맙니다.
빨리 가버려!
남의 것을 함부로 만지는 게 뭔지 알아?
보려고 그랬던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해명도 못하고 수현이는 도망쳐 나왔습니다.
수현이는 민우의 오해를 풀 수 있을까요?
무심하게 이야기를 읽다가 마지막 장을 덮는데 갑자기 마음이 울컥 거립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야기는 희망적으로 끝났는데 말이죠...
어떤 울림이 남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몇 시간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왜 울컥거렸는지 알 수가 없네요..
민우가 남긴 이 말이
민우와는 다른 이유로 어른인 내 가슴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제라도 겁쟁이가 되지 않게 살아야겠습니다.
이리 쓰고 보니 그동안 제 안에 겁쟁이가 살았었나 봅니다.
마음에 꽃을 심으니
겁쟁이가 보입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