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 -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203가지 사랑 이야기
올린카 비슈티차.드라젠 그루비시치 지음, 박다솜 옮김 / 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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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박물관.

그런 곳이 있다.

 

이별 후 남겨진 상처 보다 더 오래 곁에 남아 있는 사물들.

버릴 수도 없고, 갖고 있기도 뭐 한.

그럼에도 그것들에 담긴 추억들 때문에 어딘가에 묻어 놓고 잊고 싶은 그런 시간이 깃든 물건.

그 어쩌지 못한 물건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바로 이별의 박물관이다.

 

 

 

공적인 공간에 전시된 사소하리만치 일상적인 물건과 그에 얽힌 사연은 완전한 타인에게 일시적인 동료애를 일으킨다. 마치 마법 같다. 아니, 이건 정말 마법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순간 세상의 수많은 이별가들에게 자신의 이별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크로아티아에서 시작된 이 전시는 입소문을 타고 이제는 여러 곳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사연과 함께 기증품들이 도착하고 있다.

 

 

이별을 멋지게 갈무리하는 곳.

이별의 박물관.

 

 

 

 

 

 

세상엔 참 다양한 이별이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추억의 사물들이 있었다.

그들의 아픔과, 상처와 홀가분함이 그 사물들과 함께 그들의 사연으로 남아있다.

 

 

 

이별의 대부분은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만나 떠난 것이다.

죽음과 사고와 서로의 이해에 의한 이별도 있었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증오가 담긴 이별.

사라진 엄마에 대해 침묵을 강요당해야 했던 이별.

병이 갈라 놓은 이별.

증조할머니의 오래전 이별이 담긴 엽서.

전쟁으로 생사를 알 수 없는 이별.

서로의 사랑이 식었음을 이해한 이별.

 

 

 

 

 

 

 

 

재밌는 건 우리나라의 이별이다.

시집살이에서 독립한 며느리가 그 기념으로 고무장갑을 박물관에 보냈다.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받은 자신과 이별하고 인생의 다른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헐렁해진 청바지를 기증했다.

이 두 이야기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야말로 웃프다.

억압된 모든 것과 이별하기를!

 

 

 

권태로운 일상이라는 어두운 날들에 작별을 고한다. 후회하고 자책하던 날들에 작별을 고한다. 나는 당신의 길을 따르기를 거부한다.

 

 

이별이 담긴 물건 하나를 버리지도 못하고 없애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기도 뭐 하지만 어딘가에 두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아니 그건 우리 모두이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아직도 이별을 이해하지 못해서 괴로운 사람에게 이 전시에 기증된 물건들과 사연이 자신의 이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아직도 이별의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에게 이 전시는 이별을 털어내는 용기를 줄 수도 있다.

아직도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에게 이 박물관은 공감의 위로를 줄 수 있다.

 

 

 

사랑은 사랑으로 치유해야 하듯이

이별도 이별로 치유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이별을 경험해 보는 것이 견딜 수 없는 이별의 후유증을 다독일 수도 있을 것이기에...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멸종 위기일지도 몰라. 사람들이 이 특별한 감정을, 그리고 그 감정을 일으키는 사람을 존중하고 보호했으면 좋겠어. 우리 모두 '국제사랑보호협회'에 가입하는 건 어떨까?

 

 

사랑의 달콤함이

사랑의 고통으로 변질된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이렇게 덧붙이며.

 

 

 

[너만 이별한 게 아니란다.

이별 선배들의 이야기가

네 이별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 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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