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냉정 -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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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온기'를 말하고자 합니다. 서늘한 냉소와 끓는 증오 대신 희망의 온기를 지피려는 데 간절한 소망이 닿아 있습니다. 이 글이 땔감이라면 아궁이는 독자들의 마음이겠지요. 거기서 군불이 지펴지면 얼어붙은 마을의 굴뚝에 다시 연기가 돌 것이고 저 멀리 희망의 봉수대에도 횃불이 피어오를 것임을 믿습니다.

 

 

전직 기자이자 현직 KBS뉴스 앵커의 글을 읽어 보고 싶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맛'을 본 그의 글은 날카로움을 온기와 유머로 적당히 버무려 놓은 글이었다.

그래서 읽으면서는 쉽고 재밌게 읽었지만 뒷맛은 곱씹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운을 남겼다.

책을 읽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느끼고, 좌절하고, 안타까워하고, 감동하고, 울분을 토해내는 모든 일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긁어 주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성능 좋은 효자손처럼.

좀 더 명료한 언어로

좀 더 냉철한 다짐으로

좀 더 따뜻한 감정으로.

우리 사회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점들에 대해 기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어른으로서, 선배로서, 사람으로서 낱낱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무언가로 치우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적이어서 좋다.

 

날카로움에 베인 상처에 덧나지 말라고 반창고를 붙여준 느낌이랄까.

 

우리 교육은 원점으로 돌아가 이런 기본 미덕을 가르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외워서 사지선다 답안을 채우는 일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교양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초 덕목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런 것들이 실생활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올 수 있도록 교양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영국에 있는 동안 내가 절실하게 느낀 기분이 저 글에 담겨있다. 우리가 그동안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다 놓친 것들 말이다.

'듣기'에서 딱 멈추기가 사실 얼마나 힘든 일인가. 우리는 꼭 무언가 말을 덧붙이고 반응을 보이고 나아가 상대의 문제를 '고쳐주고 싶어' 무리하게 파고들다가 도리어 상대 감정을 진흙탕 속으로 잡아끄는 경우가 많다.

 

이 대목에서 반성 많이 했다.

어릴 땐 과묵할 정도로 말없이 듣기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정신없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동안의 기질이 그러했던지라 쉽게 고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의 남은 인생 동안 '듣기'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행동이나 이목구비는 당장 바꿀 수 있어도, 얼굴에 묻어나는 삶의 이력은 쉽게 '성형'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는 나이대를 살고 있다.

내 얼굴이 어떤지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울적했다.

지금부터라도 멋진 삶의 흔적을 남기도록 노력해 보자.

많은 플래그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읽었다.

그만큼 공감 가는 문장이 많다.

누군가의 글은 한없이 날카롭기만 하고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곧기만 하고

어떤 이의 글은 늘 감정적이고

어떤 이의 글은 언제나 암울했다.

 

이 글은 날카로움의 온기가 스며들어 있는 글이다.

 

 

사실.

난 박주경 앵커의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새벽 뉴스를 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뉴스를 거의 안 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뉴스가 하루 종일 전달자의 얼굴과 목소리만 달라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재생되고 있다는 걸 깨달은 날부터 뉴스는 하루 한 번만 보거나 요즘은 아예 안 본다.

그래서 이분의 얼굴과 목소리를 모른다.

하지만 글로서 그를 그려 본다면 그는 냉정 맞은 열정으로 가득 찬 모습일 것이다.

이토록 많은 것을 다루는 목소리가 한결같은 걸 보니 말이다.

그리고 그 한결같은 마음에서 나오는 온기가 독자들의 가슴에 작은 불씨를 띄울 것이다.

작은 불씨야말로 언젠간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될 터이니 그가 말한 대로 우리는 아궁이의 불씨를 잘 지켜가도록 해야 할 거 같다.

언젠가 화르르 불타오르 게 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살맛이 나지 않았을 그동안의 삶에 작은 희망을 일구어 줄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우리가 가진 모든 문제들을 걱정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현역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우리의 냉랭했던 가슴이 뜨거워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날 생에 첫 계단에 발을 내딛던 아이의 뒷모습이 마치 '데자뷰'처럼 아버지 뒷모습에 겹친다. 내 늙은 아버지의 등을 보는 일은 어느 순간 내 어린 아들의 등을 보는 일과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언론은 국민들의 등 뒤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옳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옳은 결정을 유도해야 하니까.

한 달 살이를 하고 돌아온 내 나라는 공사판보다 더 시끄러운 정치판의 생쇼를 지켜보느라 내내 씁쓸했었다.

어제 기자 간담회 사이사이 이 글을 읽으며 조금은 희망이 생겼다.

많은 기레기들이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 해도

그것을 실천하는 단 한 사람을 보았기에 우리의 미래가 당당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주경 앵커가 앞으로도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 줄 진정한 언론인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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