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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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에 젖는 것을 개의치 않기 때문에 우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우산은 내게 언제나 미스터리인데 그 이유는 그것들이 비가 오기 직전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른 때에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라진다. 어쩌면 우산들은 도쿄 지하의 작은 아파트에 모여 사는지도 모른다.




책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를 만나게 해주는 인연.

내게 브라우티건의 책이 몇 권 있는데 정작 읽은 것은 바로 이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이다.

그러니 이 책이 나와 브라우티건을 만나게 해준 다리였다.

이 이야기는 짧은 생각의 연속이다.

마치 자려고 누웠으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밤을 꼴딱 새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그 밤에 머릿속에 끝없이 떠오르던 생각의 단상들을 한 줄도 빼먹지 않고 써 내려간 느낌이다.

사실과 환상과, 상상과 공상의 경계를 나누지 못할 모호한 이야기들의 발상으로 가득한 한 권이다.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으면,

그곳에 바람은 없다.




이 작품은 도쿄에서 몬태나 주까지 가는 특급열차가 중간에 서는 정류장의 기록이라고 브라우티건은 말했다.

그래서 수많은 정거장 만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짧고 간결하고 한 페이지 남짓하는 이야기들의 이야기.

그곳엔 서로 다른 문화의 사각지대에 서 있었던 자신의 모습과 서로 다른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과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긴 여행의 시간들을 견뎌내기 위한 단상들과

소소한 일화들이 뒤섞여서 엮어진 환상특급 같은 말들이 담겨있다.

고양이는 멜론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전에 고양이가 멜론을 먹는 걸 보지 못했다. 나는 고양이에게 멜론이 무슨 맛일지 상상해봤다. 고양이가 매일 먹는 먹이 중 멜론 맛이 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단편이라기에는 모자란 단상들의 모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기가 아쉽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생각의 타래를 옮긴 글들이 마구잡이로 정형화된 나를 이끌기 때문이다.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멍해질 때도 있고

킥킥거리며 웃음 지을 때도 있고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도 있고

아! 하며 탄식이 나올 때도 있다.

무엇보다

그 어떤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글을 만난 기분을 표현할 길 없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그 사람이 여자란 걸 알아차린 순간, 다른 모든 것은 배경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복병처럼 만나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

별뜻 아닌데도 별뜻처럼 읽히고

별일 아닌데도 별일처럼 해석되는 그런 문장들.

읽는 내내 나도 그 기차 안에서 덜컹거렸다.

수많은 정거장마다 뜻 모를 이야기들의 단상들이 나를 잡아끌었다.

그렇게 도쿄 몬태나 특급 열차는 나와 브라우티건의 사이를 정거장마다 당겨놓았다.



문제는 우리가 나눌 추억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우선 예전에 만났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의 글을 한 편이라도 읽었더라면 나는 이 글들의 정체를 말할 수 있었을까?

그를 추억할 글들이 내겐 없기에 나는 그에 대해 이 짧은 글들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이 글이 그와의 추억이 되어 다음 글들에선 추억거리를 나눌 만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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