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에서 바닷속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한 마크와 에린.
그들은 그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 채로 호텔로 돌아온다.
일등석 비행기와 초호화 리조트. 겉으로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신혼부부인 마크와 에린의 속 사정도 그렇게 이상적일까?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다음날의 바다는 많은 것을 숨겨 놓았다.
그들이 건져올린 가방도 그중에 하나였다.
돈다발과 다이아몬드.
그들은 건지면 안 되는 것을 건져 올렸다.
그리고 가지면 안 되는 마음을 가졌고, 부려서는 안되는 욕심을 부리게 되었다.
겉모습은 사실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
왜냐하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니까.
1인칭 에린 시점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도입 부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덤을 파는 여자.
남편의 시체를 묻으려는 여자.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지만 그것으로 가는 단계는 예측하기 어려워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 이야기다.
에린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는 에린 때문에 짜증을 유발한다.
그녀의 생각을 읽어가며 나도 모르게 소리치게 된다.
- 그만 잊으면 안 되겠니?
- 그냥 그것으로 만족하고 일 좀 만들지 마!
- 그냥 멈춰!!!
여름용 심리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읽었다가 여러 가지 씁쓸한 상황들 때문에 되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사랑의 시작과 끝.
누군가의 일방적인 이야기는 자신의 모순점을 교모하게 감춰버리지. 그래서 우리는 마크에 대한 에린의 생각을 읽었을 뿐 진정한 마크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그것이 몹시도 교묘한 함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이 이야기가 그리 편하지만은 않게 된다.
5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문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지만. 어쨌든 문 안쪽으로 들어오니 좋기는 하다. 참으로 이상하다. 그렇지 않은가? 이제 막 무엇이 좋은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다른 차원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좋다고 여기던 것이, 단지 비교를 통해 갑자기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러니 아예 안 보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쉽게 돈을 손에 쥐게 되면 그다음은 더 쉬운 법이다.
그리고 계속 갈망하게 된다.
에린이 그랬다. 자기가 속한 세상에서 한 발 더 내디딘 세상의 '맛'을 본 에린은 나아가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었다.
뱃속의 아이마저 숨기고 자신을 합리와 하며 마크를 속였다.
마크 역시 멈출 줄 모르는 에린의 성격을 이용해 더 많은 걸 가지려 했다.
마크가 정말 그랬을까?
어디까지나 에린의 자기 편의 대로의 해석과 자기 합리화 적인 성격이 마크를 그렇게 규정지은 게 아닐까?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 생각을 강요한 게 아닐까?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야 이 모든 게 트릭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완전 범죄 앞에서 얌전하게 세뇌당했던 게 아닐까?
나는 여전히 모든 것을 잘라내고 달아나버리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낀다. 내 것이 아닌 것을 갖기 위해.
.
내 선택이 바로 나다. 내가 이 가족을 원하나? 그런가? 아니면 뭔가 다른 걸 원할까?
에디가 편했던 건 아마도 자신의 뒤를 봐줄 거라 여겼기 때문이겠지.
마크는 돈을 챙겨서 영국을 떠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흔적이 남은 영국이 아닌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꿈꿨을 수도 있다.
모든 걸 돌려놓기에는 늦었고, 그들의 손아귀에서 도망치려면 그 많은 돈을 가지고 자신들이 꾸려놓은 터전에서 보란 듯이 살기는 어려웠을 테니.
죽은 자는 말이 없음으로.
마크는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을 말할 수 없었으므로 나는 에린의 입장만 헤아릴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어 보기 전에는 그 누구의 편도 들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아 버린 나는 에린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
이것은 완벽한 범죄다.
자신의 손에 물 한 방울도 안 묻히고 모든 걸 차지한 여자의.
영국에서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읽자니 배경 묘사 하나하나가 어떤 느낌인지 알 거 같아서 더 즐겁게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