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문지 에크리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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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무지한 채로도 사랑을 했던 나 같은 이들이, 사랑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으로써 사랑을 소외시켜왔던 것이다.

 

 

제목에 담긴 사랑에 대한 찰떡같은 느낌이 평소에도 좋아했던 시인의 산문을 더 멋있게 보이게 했다.

무수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글을 읽자니 지난 감정들과 현재 감정들과 앞으로 느낄 감정들을 만나고 온 느낌이다.

대화는 잊는 편이 좋다.

 

그녀는 쉬운 입을 어렵게 다루고, 어려운 귀를 좀 더 예민하게 다루기로 했다. 귀가 대화 너머를 제대로 번역해내지 않는다면, 그 귀와 연결된 입은 더 큰 과오를 저지르기 십상이니까.

 

 

 

우정은 사랑보다 더한 질투를 유발하고

사랑보다 더한 관계의 무질서를 유발한다.

결국 사랑하기에 조금 더 차지해 보려는 욕심이 귀를 닫고, 입을 놀리게 만들지.

그녀는 외롭지만 그게 참 좋다. 홀홀함이 좋고 단촐함이 좋고, 홀홀함과 단촐함이 빚어내는 씩씩함이 좋고 표표함이 좋다. 그래서 그녀는 되도록 외로우려 한다.

외로움은 자신과의 유희의 시간이다.

그래서 외롭게 보이지만 외롭지 않다.

자신을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들이 타인을 들여다보며 외로움을 채울 뿐이다.

 

지난 계절의 나는 천천히 천천히 마음을 준비해가는 임종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면.

어른스러워지고 싶은 시간이 오면.

내가 가진 것들을 점검하며 나를 벼리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동안의 나와 결별하는 시간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내가 달라지고 있다는걸.

좋아하는 작가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나를 꿈꾸게 한다.

그리고 그 꿈은 나를 달라지게 하지.

다양한 ' 사랑 ' 들의 관계를 읽으며

시인의 감각으로 쓰여진 산문이 노래처럼 들린다.

운율처럼 산문율의 리듬이 깊은 밤을 날아온다.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한

사랑은

영원히 아무것도 아닌 것. 중에 최고이다.

그래서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늘 곁에 있기에 느낄 수 없는 공기라는 존재처럼.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한 권이었다.

사랑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대가 도래한 거 같다.

아는 감정들이 새롭게 재정립되는 글들이었다.

그녀만의 언어로.

사랑에는

딱 한 발자국만큼의 거리가 필요하다.

책 속의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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