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역사
에밀리 프리들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아케이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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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눈에 띄게 아름다운 책이다.

제목과 아름다운 표지는 심오한 이야기가 담겼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숲에 사는 소녀와 늑대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를 추측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나는 그런 일을 해 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한테서 나왔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원하던 것을 얻게 해 주는 것이다.



열다섯 소녀.

학교에서 '괴물' '빨갱이'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매들린에겐 친부모인지도 잘 모르겠는 부모가 있다.

한때 공동체 생활을 했지만 모두 떠나고 셋만 남아 각자 자신만의 생각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십 대 소녀에겐 따분하고, 답답하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집이었다.

외딴 숲에서 히피 부모와 함께 살며 어딘가에도 소속되지 않는 삶을 사는 소녀의 성장기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갔지만 시간의 순서가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낯설음이 배가 되는 이야기였다.

아동 성범죄자였던 그리어슨 선생과 릴리의 소문들

이웃에 이사 온 젊은 부부와 그들의 아들 폴.

어쩜 사춘기 소녀 인생의 전부였던 그들은 그녀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물음표를 남겨두고 떠난 사람들일 것이다.

곱절의 나이를 먹었어도 절대 이해되지 않은 그들의 삶.


 

 

 

그가 특별히 다르기 힘든 아이였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격한 데가 있기는 했다. 그에게는 어딘가에 질서와 혼돈을 가르는 뚜렷한 선이 있었다. 예를 들어 조금이라도 일상이 흐트러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패트라와 폴은 그녀 인생에 찾아온 외지인이었다.

처음으로 깊이 들어가 본 그들의 삶에서 그녀는 행복함과 단란함과 사랑과 엄숙함과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조바심과 공포감도 느끼게 된다.

특별한 종교를 택한 그들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패트라가 대항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아들의 목숨 앞에서, 지켜야 할 신념 앞에서 흔들렸지만 거부하지 못한 패트라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잔상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의 삶에 영향력을 미친다.

어른이 되면 이해가 될까?

어른들은 무엇이든 다 아는 걸까?

어른이 되면 그 시절의 흐릿함들이 되살아 날까?

어른이 되면 그때 모호하게 흘려버린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어슨 선생은 자신의 문제가 있었지만 학생을 다른 관점에서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누구나 한 번은 나도 알지 못하는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

린다에게 그리어슨 선생이 그런 사람이었다.

릴리는 어수룩해 보였지만 영악한 면이 있는 아이였다.

패트라는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갇혀 있는 사람이었고, 레오는 자상하고 부드러운 사람처럼 보였지만 모든 게 종교 안에서 통제되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폴은 아이였지만 아이 같지 않았던 아이였을 뿐이었다.

우리 셋 사이에는 열한 살의 나이차가 있었다. 우리는 네 살, 열다섯 살, 스물여섯 살이었다.



11살의 차이

11이라는 숫자는 결국 각자의 홀로서기를 뜻하는 게 아니었을까?

매들린이라는 이름 보다 린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 아이는 늑대에 대한 발표를 멋지게 한다.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은 그리어스 선생뿐이었지만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의미를 처음으로 알게 된 시간이었다.

어쩜 린다는 그 이웃 가족의 비극을 예리한 후각으로 이미 눈치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린다가 릴리 같은 아이였다면 분명 폴을 위해 그 가족의 중심으로 쳐들어 갔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것을 알았기에 린다는 릴리에게 가죽부츠를 훔쳐다 주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은 하지 못하는 것을 그녀는 해내는 강단이 있음으로.

불분명하고

미완성이며

용감한 척하지만 겁 투성이인

그저 십 대.

그 시절을 온전히 보내지 못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불안정하다.

하지만 그 원인을 여전히 알지 못한다.

어떤 일은 묻어야 한다.

내가 어쩌지 못한 일들은 시간이 흘러도 어쩌지 못하기 때문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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