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의 동생과 서른의 언니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났다.
아주 이상적임과 동시에 언제나 꿈으로만 남을 거 같은 환상이 현실이 된 걸 보는 느낌이다.
나는 왜 나의 자매들과 저런 여행을 할 생각을 못 했을까?
이 책을 읽고 부러워서 동생과 통화하면서 넌즈시 얘기를 꺼냈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동생의 대답은 자기 아들이 대학 갈 때까지
참아라였다.
이제 6살짜리가 대학 갈 때까지 언제 기다릴까.
여행길에선 친구가 남남이 되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남이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럼 자매들의 여행은 어떨까?
한 뱃속에서 나왔어도 제각각인 자매들은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그럼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여행을 계속한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숙소에서 환대를 받는가 하면
벌레가 기어 다닐 정도로 관리가 안 된 곳에서 며칠을 기거해야 하기도 한다.
예약 확인을 잘 하지 못해서 비행기를 놓칠 뻔하기도 하고,
서로의 취향대로 각자 알아서 따로 여행지를 둘러 보기도 한다.
한두 마디 자매들의 대화가 두 사람의 확고하게 다른 점을 나타내줘서 싱긋거리며 읽었다.
나와 내 동생도 여행을 간다면 저 자매들처럼 잘 다닐 수 있을까?
내심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대단한 무언가를 이뤄야만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떠나온 지금은 이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곽 찬다. 이렇게 변해가는 내 모습이 좋다.
여행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무엇이든 여행길에서는 깨닫고, 알게 되고, 느껴지는 게 있다.
일상에서와는 다른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의 일상을 뒤로하고 자꾸 낯선 곳으로 가려 하나 보다.
215일간의 여행 경비의 기록들과 함께 짧은 여행기 사이사이 깨알 팁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여행기를 얘기하지만 한 사람의 일방적인 시선만 담겨있다.
상세한 가이드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소한 여행의 여정이 잘 담긴것도 아니다.
맥락이 끊기는 느낌이 많아서 여행 가이드북으로 삼기는 어려운 책이다.
그래서 많이 아쉬운 느낌이다.
여행하다 보면 나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모든 면을 꺼내게 된다. 예상치 못한 여러 상황과 힘든 시간, 즐거운 시간을 모두 겪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알지 못했던 나를
알게 되면서 컨트롤하고 다스리며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았다.
세계 여행자란 명함을 들고 세계 곳곳을 다닌 자매는 떠나기 전의 자신들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요즘처럼 취업하기 힘든 시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홀연히 떠날 수 있는 용기는 아무에게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녀들의 215일이 그녀들 인생에 가장 값진 날들인 것만은 바꾸지 않겠지..
유럽 사람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는 선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참 자유롭다.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보다는 '나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것. 배우고 싶고, 배우고 있는
마인드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땅에서 탈피한 그녀들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행기를 쓴 사람이 언니라 그런지 동생에 대한 평가가 냉정(?) 하다.
내 동생이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가 잘생긴 남자들을 보려고'가
확실하다.
작가는 오늘도 용기가 나지 않아 여행을 꿈만 꾸는 사람들에게 찰떡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용기는 생각이 나
고민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 겪으며 얻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준비된 마음과 조금은 철저한 정보
조사입니다.
나도 언젠간
내 동생과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
각자의 가정이 있어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 힘들겠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음으로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
믿는다.
무엇을 하는 데 있어서 늦은 때라는 건 결코 없음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