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륜의 시선을 통해 이어지는 미래의 이야기는
다정하다.
신랄하지도, 무능하지도, 폭력적이지도, 감정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글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자잘한 변화들이 사륜을 점점 인간으로 만들어 간다.
로움이었다가 박서로의 몸으로 사륜이 된 AI.
그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노아가 남기고 간 '영원한 친구' 몽이를 어떻게 지켜낼까?
이 이야기가 아름답게 슬픈 이유는 마지막에 있다.
몽이를 지켜내기 위해 사륜이 내린 결정.
엘리야를 지키기 위해 사륜이 내린 결정.
인간과 AI의 차이가 뭘까?
이 이야기대로라면 어떤 차이도 알아 내기 힘들 거 같다.
몸의 절반이 기계화되더라도 살수만 있다면 행복할까?
직업없이 그저 나라의 보조금으로 산다면 행복할까?
모든 게 기계화된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신인 작가의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 속의 딜레마를 내가 겪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에 안도하는 나 자신을 본다.
저 멀리 외계에서 온 연락은 인간에게 희망보다는 두려움을 주었다.
이 지구를 기계와 외계인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어쩜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서 살아낸 모든 생물체들에게 인간이 기계일 수 있다.
인간으로 인해서 지구에서 멸종된 생물체에게 인간이 외계인일 수 있다.
편의에 의해서 공존보다는 멸종을 선택한 인간의 의지가 결국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계들에 의해서 스스로의 멸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권의 책은
나를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세상으로 데려갔다가
겁이 나도록 또렷한 현실로 뚝 떨어뜨려 놓았다.
꿈을 꾸듯, 춤을 추듯.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