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짓말이었지.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건 없다. 거짓말은 절대 검은색 아니면 희색이 아니다. 전부 회색이다. 진실을 가리는 안개다. 가끔은 그 안개가 너무 짙어서 우리 자신조차 진실을 볼 수가 없다.

 

 


조는 예전에 떠났던 고향 안힐로 돌아왔다.

 

고향은 전혀 변한 것이 없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닫힌 기억의 문. 앞에 발을 디디고 선 조에게 벌어질 일들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폐광.

구멍.

호기심.

아이들.

쇠지렛대.

해골.

딱정벌레.

그리고

애니.

 

조가 둥지를 튼 그곳은 자신의 전임 교사가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집이다.

피로 쓰여진 글자.

- 내 아들이 아니야.

 

그 느낌을 조는 안다.

애니도 애니가 아니었으니까.

 

 

 


스티븐 허스트 - 가학적이고 도덕관념이 없지만 영리한 아이. 위험한 조합이죠. 닉 플래처 - 똑똑하지는 않지만 분노가 지나쳤던 아이. 그걸 좀 더 좋은 쪽으로 발산할 방법을 찾지 못했으니 안타까운 일이죠. 크리스 매닝 - 머리가 좋고 상처가 있고 길을 잃고 헤맸던 아이. 항상 찾을 수 없는 걸 찾아다녔죠. 그리고 선생님 - 다크호스. 말로 공격을 튕겨내는. 스티븐에게 진정한 친구와 가장 가까웠던 존재. 그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했어요. 선생님이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누군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들을 지켜보아왔고, 그들이 저지른 일들을 알고 있으며, 조를 이곳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그들이 겪은 일들이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마을 안힐로.

 

폐광촌 안힐의 땅속 깊은 곳엔 해골들의 무덤이 존재한다.

그곳은 아무나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곳이 누군가를 찾아내지 않는 이상.

오래된 마을의 전설 속에서 사라진 많은 영혼들의 안식처이자 딱정벌레의 서식처.

그곳이 그들을 찾아냈다. 그들을 불러들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다.

 

 

 


"오빠를 따라왔어."

 

 

 

 


쇠지렛대에 묻은 피는 애니의 피다.

그날 애니는 죽었었다.

사라졌고, 48시간 후에 나타났다.

어른들은 애니가 가출했다 돌아온 줄로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그 아이들은 알았다.

 

애니가 달라진 걸 아는 건 조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애니와 아빠는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이중 어느 하나도 사실이 아닌 건 없다.

발견되지 않은 거짓이 있었을 뿐.

 

초크맨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튜더는 전작에서 끝 모를 오싹함을 남긴 채 퇴장했다.

그리고 일년 후 애니가 돌아왔다. 라는 제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제목과 살짝 흘린 줄거리 때문에 이 이야기는 공포 이야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 역시 섣부른 판단이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아마도 마무리가 되지 않고 열려있는 결론 때문이다.

마치 쥬만지의 게임판이 어딘가에 묻혀서 다시 둥~둥~ 소리 내기만을 기다리는 기분처럼.

 

공포로 시작했지만 스릴러였고, 스릴러로 알았는데 심리 소설이었으며 심리 소설인 줄 알았는데 복수혈전이었고, 복수인 줄 알았는데 거짓 투성이였다.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치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안힐의 전설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상황에서 끝이 났다.

이놈의 전설이 파헤쳐 졌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엄청나게 공포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찝찝함은 덤이고.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때문에 이 되풀이되는 역사의 연결고리는 아마도 튜더의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준다.

 

뭔가 더 근사하고

뭔가 더 확실하고

뭔가 더 쪼이는 그런 이야기로 돌아오지 않을까?

 

제목에 속았다고 울지 말길.

애니와 처키 같은 인형은 속임수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화내지 말길.

누가 사이코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길.

사이코들의 세상에선 사이코가 보이지 않으니.

 

 

 

이 곳은 누가 소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이곳은 그렇게 착각하도록 내버려 둘지 몰랐다. 심지어 그렇게 착각해주길 바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곳의 수법이었다. 이곳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끌어들였다. 그런 식으로 소유했다.

 

 

 


튜더는 그런 식으로 우리를 끌어당겼다.

덜 익은 풋사과처럼 풋풋한 여운을 남기며 다음을 기약한다.

저 안힐의 구덩이 속에서 무르익어 언젠가 킹다운 킹을 능가하는 필력으로 되돌아오길 기다릴밖에.

 

애니가 돌아왔다.

제목에 한몫한 애니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마지막에 홀연 나타나 사람들의 마음에 의문점만 남긴다.

그게 그녀가 돌아온 이유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