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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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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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그 일요일은 나와 이전의 나에 대한 모든 것 사이를 가르는 어떤 장막처럼 남게 되었다.

 

 

 

 

 

아니 에르노.

처음 읽는 작가다.

 

 

부끄러움은 그녀의 12살 6월 어느 일요일 부부 싸움 끝에 극단까지 치달았던 부모의 한순간이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은 한 소녀의 이야기다.

아니 에르노 그 자신의 이야기다.

그 한 해에 대한 그녀의 기억이 기록처럼 적혔다.

보태지도 덜하지도 않은 날것의 기억.

 

 

프랑스 시골마을의 풍경

50년대 시골 사람들의 생활

사립학교를 다니지만 그 안에서 극명한 차이를 느꼈던 소녀의 총체적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나는 사립학교, 그곳의 품위와 완벽함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부끄러움 속에 편입된 것이다.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믿는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온전히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에르노의 글이 그렇다.

감정의 기복 없이 최대한 냉정한 시선으로 그때의 충격과 그것을 감추고 살아내는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상인의 외동딸이었고, 학교에서 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조용했지만 늘 사소함에서 부끄러움은 드러났다.

그 부끄러움마저도 너무 냉정하게 표현된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본 듯 그대로 적어 놓은 글 앞에서 낯설음을 느꼈다.

어디에서도 읽은 적 없는 느낌이다.

고요한 응시.

어떤 작가도, 아니 어떤 사람도 해낼 수 없는 글을 썼다.

이 생소함은 무언가 신경을 건드리는 게 있다.

아마도 자신에 대해서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겠지.

어떤 글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기록이다.

한 개인의 숨기지 않은 낱낱의 기록.

그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라도 끄집어 내고 싶었던 찌꺼기였을까.

좀 편안해졌길 바랄 뿐이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지신들은 그 감정을 소진하고 이해하겠지만

주변에 있다 그 파편을 정통으로 맞은 아이들의 상처는 무시되기 쉬운 것이다.

그녀의 부모도 그랬다.

자신들은 잊었고

그들의 외동딸은 끝까지 그 기억에서 놓여나지 못했다.

자기 자신을 기록하는 일.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작가. 아니 에르노.

특별한 작가를 읽느라

한 밤이 꼴딱 지나갔다.

그녀의 기억에도

아침이 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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