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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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순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내게는 종합선물 세트 같은 책이었다.

소설집에 담긴 단편들 제각각이 현실을 풍자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아서 좋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현실을 도피하고자 소설을 읽는 나에겐 버거운 존재들이라

현실을 품고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인 임성순의 이야기는 읽고 나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사장님이 악마예요를 읽으며 정말 악마들이 걱정할 만큼 악랄한 사건들이 많이 벌어진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우리 군단은 최근 지옥으로 유입되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자선과 보건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야. 피임 기구를 널리 보급하고, 제3세계에 관련 교육도 하고, 가능하면 인간 영혼을 최대한 멘탈계로 올려 보내고, 인구 증가율을 감소시켜 아스트랄계의 에너지 포화 위기를 해결하려 하는 거지.

 

이 인구 증가율 감소 정책은 우리나라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셈이니 악마들의 계획이 잘 먹히고 있는 셈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참 많이 씁쓸했다.

지옥에 사람들이 많아서 져서 악마들이 자선사업체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착한 일을 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이런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마음이 와닿아서 많이 씁쓸했다.

인류 낚시 통신이라는 이 기발한 제목도 그렇다.

요즘 많이 보이는 기성세대 정치인들의 벗겨진 민낯이 아니라 가면을 본 느낌이 허탈하다.

허울 좋은 가면 아래의 민낯들.

이것을 임성순은 이렇게 표현했다.

인간을 희소하게 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이들은 이십 년전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그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세력으로 뛰어들어 인류를 희소하게 만들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이다. 남들이 자신을 욕하든 변절했다고 떠들든 상관없었다. 이상을 실현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무엇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릴 하는 겁니까. 인간의 가치가 사물보다 떨어지는 세상이니 당연히 돈의 흐름에 거치적거리는 존재들은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건 휴머니즘으로 구할 인간의 범주에도 들지 못하는 잉여일 뿐이지요.

 

돈이 전부인 사람들의 세계에서 인간은 저런 존재인 것이다.

그것을 글로 확인한 기분이 많이 아프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의 진정성이다.

현실은 항상 소설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으니.

오래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박민규를 만났을 때의 신선함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현실을 볼 때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더 잘 인식하게 된다.

이 소설집이 내겐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의 모순을 제대로 짚어 주는 거 같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그리고 또 어떤 작가의 이야기를 꺼내 놓을지 기다리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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