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배운 삶의 기쁨
클라우스 미코쉬 지음, 이지혜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질주하던 커리어의 고속열차에서 난생처음으로 강제로 하차당한 셈이니 울어야 할 것도 같고, 의미를 찾지 못하던 직업에서 해방되었으니 웃어야 할 것도 같았다.

 

 

은행원 니클라스는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지를 받는다.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잘린 그는 안달루시아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곤잘레스 씨를 만난다.

 

자신의 밭에서 일평생 농사만 짓고 살고 있는 곤잘레스 씨와 도시남 니클라스의 만남.

일만 아는 독일인과 느긋한 스페인 농부는 어떤 교감을 가지게 될까?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 그저 그렇게 흔하디흔한 이야기라고 지레짐작했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귀농을 꿈꾸는 도시 사람의 이야기일 거라고.

이런 맥락의 이야기들이 최근 들어 많이 나왔고, 느림의 미학을 외치며 시골생활 예찬을 하는 책들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곤잘레스 씨와 니클라스의 조합도 그러려니 했었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많은 곳에 플래그를 붙이게 될 줄 짐작도 하지 못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야. 요즘 세상에서는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가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니 말이지.

 

 

 

곤잘레스 씨의 정원에서 정원일을 도우며 니클라스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곤잘레스 씨와의 대화를 통해 지금을 살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삶의 가치

인간의 가치

시간의 가치

물질의 가치

노동의 가치

생명의 가치

나눔의 가치

사랑의 가치

 

 

 

그는 어떤 물건이든 돈으로 사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한 해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식조차 적잖은 돈이 들지 않았던가.

그의 세계에서는 죽음조차 공짜가 아니었다.

 

 

 

농사는 노동의 대가를 지불한다.

자연의 법칙이 그렇다.

예전처럼 사는 게 싫어서, 힘든 노동이 싫어서, 노동에 비해 턱 없이 모자른 노동의 대가가 싫어서

다들 도시화되고, 산업화되어 버렸다.

홀로 꿋꿋이 퇴비를 만들어가며 유기농 농사를 짓는 곤잘레스 씨의 정원엔 독약이 뿌려지지 않은 먹거리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비싸지만 그곳에서 채소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땅에 골프장을 지어서 한몫 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주변의 땅을 사들이고, 남아있는 곤잘레스 씨의 땅을 헐값에 사기 위해 곤살레스 씨를 궁지로 몬다.

어디서 많이 보아온 일들이다.

 

 

 

 


지금껏 그는 느림이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발리 돌아가야 했다. 교통, 경력 쌓기, 심지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세상이 몰락하기 시작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는 지 모른다. 무슨 일이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해나가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러나 의미 있는 뭔가를 창출해내는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곤잘레스 씨의 정원

그곳에서 일을 하며 인생의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메워가는 니클라스.

하지만 곤잘레스 씨를 협박하는 사람들의 횡포는 늘어가고 니클라스는 그를 돕고 싶지만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차에 화물차 연대가 파업을 선언하고 하루 이틀 사이에 대형 마트의 물건들이 동이 나면서 곤잘레스 씨 정원 앞에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선다.

아낌없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내어 놓는 곤잘레스 씨를 보며 니클라스도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귀농이나 농사짓기, 시골생활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찰나의 순간에 느끼는 이 시대의 불공정한 시스템과 현대인의 잘 못된 소비습관에 대해

곤잘레스 씨의 정원을 통해 우리를 일깨워주는 지혜의 책이다.

 

 

 

세상 모든 일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조바심을 치며 고통받게 돼 있어. 최악의 경우에는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려 들다가 생명체의 조화로운 리듬을 망가뜨리고 말지.

 

 


우리는 이미 필요한 걸 다 가졌어. 그런데 더 많이 가져야 할 이유가 있는가?

 

 

소유욕.

이미 다 가지고 있지만 최신, 새것으로 교체하기 위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고, 다 쓰지도 못할 기능들을 가진 것들을 탐한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

현대사회가 끊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이다.

 

 

 

 

 

 

 


계획적 진부화라는 말을 들어본적 있나?

일부러 한정된 기간에만 제대로 기능하도록 제품들을 조작한다는 의미지. 프린터, 휴대전화, 자동차, 옷가지도 다 마찬가지야.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견고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러면 당연히 사람들이 소비를 덜 할 것 아닌가. 휴대전화가 10년을 간다면 뭣 하러 2년마다 바꾸겠나. 말하자면 꾸준히 이익을 내려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불필요하게 대량으로 낭비하고 있는 거야. - 176페이지

 

 

이 이야기에는 지금의 현실을 꿰뚫는 시선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들이 모두 배부른 자들을 더 배불리기 위한 것임을 콕  찍어 이야기해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말과 광고에 속아 현명한 소비를 하지 못하고 결국엔 자신들의 삶의 질을 더 망가트리고 있다.

 

 

 

 

 

 

 


천연자원을 둘러싼 전쟁이 지속되고 환경오염까지 일으키는 상황을 이대로 내버려 둘 것이냐, 아니면 그 악순환에서 빠져나와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냐는 결국 개개인의 소비행동을 통해 결정하게 되지. 두 가지 가능성은 모두 열려있어.

 

 

니클라스가 곤잘레스 씨의 정원에서 보낸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깨닫고 달라지지만

현실로 돌아가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현명한 소비에 대해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다짐했을 뿐이다.

우리 모두가 현명한 소비를 하며, 노동의 대가로 이루어지는 농업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느림의 미학이란 결국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어진 것들이 내 몸에 쌓여갈 때 그것이 행복하고 건강한 에너지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임을 말하는 거 아닐까?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고, 빠르게 나아가고, 빠르게 변화되는 속에서 우리가 미쳐 챙기지 못하고 놓쳐 버린 것들이

결국은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병들게 만들고,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열린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네. 끊임없이 배움을 즐기고, 낯선 것을 대할 때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을 품게나. 두려움은 행복의 가장 큰 적이거든. 중요한 건 결국 그게 아닌가? 행복하게 사는 것 말이야.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그래서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어떤 위기가 와도 서로 도우며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아서.

현혹되는 삶보다는 현명한 삶을 바란다.

하지만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한다면 조금 더 많은 좋은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에피소드가 결국 언젠간 우리에게도 일어날지 모른다.

자급자족이 안되는 세상에서 나는 그 위기를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한때 시골생활을  꿈꾸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꿈만 꾸던 시간이었다.

귀농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탓이었다.

매일을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내야 하는 삶은 도시에 찌든 내게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꾸고 싶다.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내는 삶을.

 

 

곤잘레스 씨의 정원에는 못 미치더라도

느리게 살면서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년을 맞이하고 싶은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