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풀빛 그림 아이 71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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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칠 년 동안 매미는 묵묵히 일했다.

인간 세상에서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하고.

 

매미는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과 공존하며

인간이 시키는 일을 하지만

그 어떤 대우도 받지 못하는 매미.

 

회색빛 그 안에서 녹색 광선처럼 매미는 존재한다.

숀 탠의 그림은 무채색으로 빛난다.

숨 막히는 도시 속에 갇힌 사람들의 심장처럼.

매미는 17년의 긴 세월을 지나 은퇴한다.

옥상 난간에 서 있는 고달퍼 보이는 뒷모습은

거대하고 화려한 비상을 앞두고 있음을 예견하지 못한다.

 

 

은퇴는 제2의 인생의 시작점이다.

화려하고 우아하게 변신하여 훨훨 날게 될지

곤두박질치며 추락하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매미는 화려한 변신을 한다.

훨훨 날아 숲으로 들어간다.

 

매미들은 모두 날아 숲으로 돌아간다.

가끔 인간들을 생각한다.

웃음을 멈출 수 없다.

 

 

 

매미에게서 찌들고 허덕이는 인간 군집을 본다.

매미의 변신에서 틀을 깨고 다른 인생을 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세상은 인간을 더 이상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다.

사회의 부속품.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부품이다.

 

 

그것이 회색빛으로 물든 세상 속에서 홀로 녹색을 띤 매미가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많은 시점에서

우리는 인생 궤도를 수정해간다.

용감한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자유다.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매미는 온몸으로 얘기한다.

화려한 비상이 남아 있음을.

 

 

나이에 상관없이

물질적 유무에 상관없이

지금 어떤 삶을 사느냐에 관계없이

준비가 되었던

준비가 되지 않았던

 

 

어느 시기에 도달하면

변신의 시간이 주어진다.

 

 

공평하게 오지만

결과는 공평하지 않다.

 

 

 

 

 

 

 

매미가 십칠 년 동안 묵묵히 일만 했을까?

모진 시간 동안 비상을 꿈꾸며

남들이 알지 못하는 준비의 시간을 가졌으리라.

화려한 날개 뒤엔

그런 지난한 시간이 있었음을

선명한 붉은색이 하늘 가득 푸른 숲으로 날아간다.

그림책은

가끔

뇌리를 스치는 순간을 잡아채는 재주를 지녔다.

숀 탠의 매미는

나에게 변신의 순간을 준비하라는 계시처럼 보인다.

화려한 날갯짓을 할 시간이 언제든

한 번은 올 것이다.

껍질을 벗고

날아올라

숲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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