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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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요시도 자기가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다 충동적으로 노파를 죽이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나에겐 그런 형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 피다.

 

 

 

매달 벚꽃 모양의 파란 소인이 찍힌 편지는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들춰낸다.

나오키를 위한 일이었지만

결국 나오키를 껄끄러운 존재로 만들어 버린 일.

사람들의 눈초리로부터 벗어나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살인자의 가족.

언제까지 이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까?

 

 

나오키는 지금까지 피해자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형이 저지른 짓에 충격을 받아, 형과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만 신경을 썼을 뿐이다. 이런 일을 당했으니 나는 얼마나 불행한가. 한탄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편지라는 단어가 주는 설레임때문에 행복한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었다.

2006년 이후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를 나는 나미야 잡화점급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 어떤 행복도 주지 않았다.

 

아주 많은 생각할 거리만 남겨주었다.

 

알다시피 게이고는 범죄소설의 대가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범죄를 만들어 내고, 범인을 창조한 그이기에  범죄자 가족이 겪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폐쇄적인 일본 문화에서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멍에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나오키는 홀로 남아 그 모진 시선들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하지만 매번 그가 한시름 놨다고 생각할 때쯤 형의 일이 항상 그의 발목을 잡는다.

우연이었든, 고의였든 사람들은 사실을 알고 난 후 태도에 변화가 온다.

그것이 제일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나오키에겐. 

그것이 오로지 자신에게 한했을 때는 어떻게든 견뎌냈지만 가족이 생긴 나오키에겐 정말 피해 가고 싶은 일이었다.

 

 

 


뭔가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거야. 인생이란.

 

 

자신의 가족을 위해 형을 포기하기로 한 나오키.

그런 그의 선택을 잘 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편지 좀 그만 보내면 좋을 텐데. 나오키는 그런 생각을 했다. 답장을 안 하는 게 자기를 피하기 때문이라는 걸 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까? 자기가 보내는 편지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에 동생을 옳아매는 쇠사슬이라는 걸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나오키의 선택 앞에서 그를 매정하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츠요시의 편지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죄는 밉지만, 미워해야 할 사람이 없었기에 더 안타까웠던 이야기였다.

 

생각할 문제들을 툭~ 던져 놓았지만 게이고는 어떤 답도 주지 않는다.

그건 아무리 그라도 결론을 낼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범죄의 희생자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편지.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오키가 내 주위에 있다면 나는 그를 어떻게 대하는 사람일까?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 어제 보다 더한 범죄가 판을 치는 시간대에 살고 있다.

평등하지만 불평등하고

불합리하지만 합리적이고

공평하지만 불공평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는 시간대에서 나는 오늘의 피해자이지만 내일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환경에 살고 있음이다.

그래서 옛말 그른 것이 없다는 이치를 또 한 번 깨닫는다.

죄는 미워하더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는.

 

노래를 틀지 않았음에도 내 머릿속에서 이매진이 무한 재생되고 있다.

편지와 함께 봄날이 간다.

산다는 건 어떠한 결론도 미리 낼 수 없음을 이렇게  또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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