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4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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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남자에게, 심지어 신성 속에서도 하나의 신에게 종속되어야 하는가? 그래야지만 내 가치가 실현되는 것인가? 다른 이를 위해 그림자처럼 섬기는 것이 내 운명인가?딸, 자매, 아내..., 언제쯤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내 삶, 내 운명을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백 번째 여왕으로 시작된 여왕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릇 시리즈의 백미는 바로 마지막 권.

마지막에서 어떻게 마무리가 되느냐가 시리즈의 결정권을 갖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약한 소녀에서 전사의 여왕이 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끝낸 칼린다.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총망라되면서 시리즈의 백미는 물처럼 흘러간다.

 

 

 

 

 

 

악마 쿠르와의 싸움에서 오른손을 잃은 칼린다는 데븐마저 쿠르의 손에 잃고 만다.

아니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데븐은 저승에 갇혀서 밤마다 그녀를 찾아온다.

칼린다와 아스윈은 데븐을 저승에서 데려오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인간세계로 가는 길을 기억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곳, 이 칠흑 같은 어둠이 나를 매 순간 조금씩 먹어 치우고 있다.

 

 

칼린다는 그런 데븐을 위해 저승으로 그를 구하러 길을 떠난다.

저승을 통과하려면 그녀에겐 안내자가 필요하다. 그녀는 불의 신 엔릴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과연 신은 칼린다의 기도를 들어줄까?

 

그동안 수많은 시련을 거친 칼린다에게 닥친 마지막 시련은 저승에서의 사투다.

데븐을 찾아가는 저승으로의 여정에서 그동안의 시리즈에서 알게 모르게 깔아두었던 복선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 이야기의 정점으로 치닫는다.

 

수메르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여왕 시리즈에 나오는 신들의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들과 닮은 거 같으면서 조금 다르다.

신은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로 묘한 책략을 썼다.

신도 갖지 못하는 게 있다니 그것은 인간의 마음이자 인간의 의지이다.

 

칼린다가 반신반인인 부타로 탄생한 이유가 바로 이 마지막권에 들어있다.

자신의 전생과 지금 생에서의 사랑 사이에 갈등하게 되는 칼린다는 무사히 저승을 통화해서 데븐을 데려올 수 있을까?

 


여자들은 자기 결정권이 필요하다.

 

증오하는 자신의 아버지와 모습이 똑같은 아스윈은 칼린다의 도움으로 반군을 물리치고 반히에 입성한다.

그는 아버지의 독재를 버리고 백성과 함께하는 새 세상을 꿈꾸지만 아버지 타렉이 뿌려놓은 불신의 불씨는 깊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꺼지지 않는다.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어 서로 보완하며 공생의 관계를 꿈꾸던 아스윈은 급기야 무능한 왕자로 낙인찍히고, 백성들을 선동하여 아스윈을 괴롭히는 로케쉬는 악마의 도움으로 아스윈을 몰아내고 궁궐을 차지한다.

사막에 버려진 아스윈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타렉은 여자들을 소유하고, 노에로 만들었다.

서열 토너먼트를 개최하여 자신의 처첩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었고, 수많은 나라들과 전쟁을 서슴지 않았다.

반신반인인 부타들을 괴물로 만들어 보는 대로 처형했고, 사람들의 마음에 두려움과 복수심을 심어놨다.

그의 아들 아스윈은 타렉의 잔재를 지우려 노력하지만 백성들의 마음에 스며든 두려움과 경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증오의 뿌리 깊은 마음은 사실 조작된 것이었다.

타렉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고자, 신화를 자신에게 맞게 조작하고, 부타들을 괴물로 만들어 살육을 감행했다.

그런 폭군에게 길들여진 백성들은 아스윈의 유화정책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마치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거 같아 쓴웃음이 났다.

 

판타지 소설의 모든 묘미가 가득 들어있는 여왕 시리즈.

신화와 전설이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

여자가 곁가지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의지대로 나아가는 모습이 경이로운 이야기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잔인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전생과 환생

저승과 이승

신과 인간

악마와 인간

죽음과 윤회

반신반인

 

이 모든 요소가 치열하게 잘 짜여져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마지막 권이 백미라고 말한 데는 이 이야기를 읽지 않고는 이 시리즈를 다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고만고만한 판타지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도 이 여왕 시리즈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불모지인 판타지 장르에서 당분간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기억될 여왕 시리즈.라고 말하고 싶다.

 

강인함은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칼린다는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읽는 동안 내내 소녀감성이었다.

어른이 된 내게 잠시나마 소녀소녀 한 감성을 선사해준 여왕 시리즈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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