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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402/pimg_7368641352163552.jpg)
고전을 읽고 쓴 리뷰라고 생각했다.
리뷰가 아니다.
책을 읽고 글로 쓴 수다이다.
이야기 잘하는 친구가 책을 읽고 감상을 얘기하는데 줄거리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느낌을 가다듬어 조근조근 말해주는 이야기. 같다.
작가는 어릴 때 세계명작극장이라는 만화영화를 즐겨 보면서 자랐고 에세이 연재를 의뢰받았을 때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오래, 꾸준히, 날마다 같은 느낌으로 제목만큼은 누구라도 아는 고전명작 읽어나가기.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챽들.
내가 읽었던 책들. 을 따져가며 읽을 이유가 없다.
나와는 다른 느낌과 방식으로 인물들에 몰입하는 작가의 수다는 그 작품을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드니까.
여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고독해지는 법이다. 마치 나보다 오래 세상을 산 친구에게 잔혹한 진실을 들은 듯 명치끝이 묵직해진다.
우리 범인(보통사람)의 가장 큰 무기는 상처받아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고전을 읽노라면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이 몇 번이고 찾아온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에 이토록 마음이 이끄는대로 살아간 주인공들. 그것만으로도 구원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
작가는 고전 속 여주인공들에게서 느끼는 해방감. 당돌함. 시대를 앞선 생각이나 행동들을 짚어내어 이야기한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끄덕이게 되고
읽고 싶어진다. 그녀들을.
남자 작가들이 써 내려간 여주인공들은 저마다 시대를 앞서갔다.
그러고 보니 그들 역시 그 시대 여성들에 대한 부당함을 소설 속에서나마 풀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쩜 순종적이고 시대상이 그리는 여성보다는 그 시대에 존재한다면 입살에 오르내릴게 뻔한 앞서가는 여성들을 더 원했는지도 모르지.
어쩜 주위에 이미 앞서가는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얻었을 수도 있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읽고 싶은 책 목록만 열심히 부풀려 놓았다.
짬짬이 읽기 좋은 책
고전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책
읽었지만 희미해졌거나 이름만 알고 있는 고전을 확인해 보는 책
나와는 다른 해석으로 색다르게 보여지는 인물들에 대한 탐색으로 좋은 책
무엇보다
정말이지 편하게 익히 안다고 생각되어지는 이야기들을 누군가 비슷한 눈높이에서 같이 수다 떨듯 얘기해 주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던 책이다.
다 큰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누는 나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여자와의 수다가 참 매력 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