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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ㅣ 케이스릴러
김혜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천지 남은 가족이라곤
없는, 상냥하고 덜 배운 여자. 심지어 언제든 병자로 몰아가 필요한 만큼 쓰다 버릴 수 있는
아내.
그가 나를 선택한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엄마는 불의에 일어날 일을 남편이 예방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 바람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사실 불의는 모두 그가 일으키고 있었다.
한국형 스릴러를 지향하는 한국에서 출간되는 유일한 스릴러 소설
브랜드이다.
한국 작가의 스릴러 기대되시나요?
엄마를 잃은 날 아이를 낳은 나는 1년이 넘도록 엄마의 무덤에 가 보지
못한다.
이래저래 방문을 미루는 남편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봤자 그곳에 엄마가 없다는 걸 내가
알기 때문이다.
엄마는 사위 손에 죽었다.
그리고 엄마의 무덤엔 그 사위가 모아 둔 비자금 100억이
들어있다.
그게 내가 추측하는 전부다.
남편 혼자 하는 일인지. 시아버지의 사주가 있었는진 모른다.
나와 준이도 곧 엄마처럼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캐리어에 준이와 돈을 넣어서 도망갈 준비를 한다.
예행연습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남편이 세미나로 집을 비우는 그때가 될 것이다.
나와 준이가 사라지는 날은.
숨 가쁘게 몰아가는 이야기
계속되는 의심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그녀의 의심이 어쩜 약간의 정신이상을 수반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마 이 선이라는 캐릭터의 내내 불안한 모습과 엉성한 추리 때문에 그녀의 혼란한
정신 속에서 헤매는 게 아닌가 싶었다.
도망칠 준비를 마친 그녀의 주변에서 계속 이상한 상황이 전개되고, 급기야 그녀가
몰래 숨겨 놓은 여권이 사라진다.
남편은 뭔가 아는 거 같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남편이 세미나를 떠나고 선은 준이를 데리고 도망치기 전 잠깐 바닷가를 거닐다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틈에 준이까지 잃어버린다.
누가 준이를 데려갔을까?
선은 누군가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느낀다. 그녀 주변에 몇 낯익은 얼굴들이 맴돈다.
이들 역시 남편의 사주를 받은 걸까?
아이의 실종 신고를 하고, 담당 경찰이 집으로 찾아오지만 그녀의 말들을 믿지는 않는
거 같다.
사방팔방 모두가 그녀를 미친 사람 취급하고, 남편이 돌아올 시간은 다가오고, 그전에
준이와 도망을 쳐야 하는 선이의 마음은 다급하기만 한데...
급박하다.
그리고 100억이라는 돈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답답하다.
특히 돈을 포터에 싣고 도망 다닐 땐 조마조마하다.
돈이 없어도 걱정이지만
돈이 너무 많아도 걱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많은 돈은 정말 무덤 속에다 묻어 두어야 하는 거였다.
여자 잡아먹는 집구석
시아버지 저택에서 일하는 여자의 흘리는 말을 들은 나는 시어머니의 죽음도 돈과
관계되었다고 생각한다.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 앞에서 그 돈을 좇는 사람들과 선의 대립은 소름 돋게
끔찍하다.
속도감은 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돈.
그리고 누구에게 기댈 수 없이 홀로 아이와 자신을 지켜야 하는 주인공
선.
남편은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한 건지 알 수 없기에 깨림직한 부분이
남아있다.
촘촘한 이야기의 구성은 아니었지만 글 자체가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 쫄깃한
느낌으로 내내 긴장하며 읽었다.
액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
약간의 개연성만 보완한다면 더 훌륭했었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살짝있다.
뭐든
적당한 게 좋아.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