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스 브라더스
패트릭 드윗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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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놈이었지만, 이성을 잃고 폭발한 것이 후회된다. 통제력의 상실은 두렵다기보다 무척 당혹스럽다.

 

 

1851년 골드러시가 한창인 때 찰리와 일라이 시스터스 형제는 제독의 임무를 받고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허먼 커밋 웜이라는 금 채굴꾼을 찾아내 죽이는 것이 그들의 이번 임무다.

 

다혈질이고 과격한 형 찰리, 커다란 체구에 감수성을 겸비한 동생 일라이

두 사람이 웜을 찾으로 캘리포니아로 가는 여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이 이야기는 시종일관 자잘한 사건들과 갑자기 총질을 함으로써 상황을 종료 시키는 찰리 때문에 조마조마하다.

그리고 한없이 감성적이고, 자상하다가도 갑자기 폭발하고 마는 일라이 때문에 신나게 달리다 급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카우보이 누아르라 해서 맥없이 총질이 난무하는 상황을 그렸던 내게 이 신선한 피는 정말이지 새로운 장르를 만난 기분이다.

캐나다 출신 작가의 미국 서부시대 카우보이 누아르. 는 서부시대와 카우보이의 정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국 작가들을 떠나 제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총잡이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섬세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일을 즐기나요?"

"건건이 달라요. 어떤 일은 별난 장난 같고, 또 어떤 일은 지옥같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어떤 행위에 보수가 주어지면 그 자체로 존중할 만한 일이 되죠. 한 사람의 목숨이 내게 달려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어딘지 모르게 철학적인 일라이는 가는 곳마다 정스러움을 담뿍 내려놓고 떠난다.

어째서 그가 그토록 잔인한 킬러로 이름이 나 있는지 모를 정도다.

무자비 한 총잡이인데 더할 나위 없이 여린 감수성에 따뜻한 정이 흐르는 남자다.

형 찰리랑 끝없이 투닥투닥 하며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두 사람을 보며 웃기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건 내가 여태 보아왔던 총잡이들은 잔인하거나 정의롭거나로 나뉠 수 있었는데 일라이를 지칭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화자인 일라이의 속내를 알면 알수록 그의 무심한 말투를 읽으면 읽을 수록 일라이에게 빠져들고 만다.

이러다 웜을 만나도 총은 꺼내지도 못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이없게 살인을 저지르는 그들을 본다.

이게 이 이야기의 매력이다.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것.

 

 

 

 

"당신 몸에는 낭만의 피가 흐르는 것 같은데, 그렇죠?"

"우리 형제에게는 같은 피가 흘러. 그저 다르게 사용할 뿐이지."

 

 

 

 

 

캘리포니아에 다가갈수록 금광에 미쳐서 삶을 망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도시는 아름답지도, 낭만스럽지도 않다.

겨우 자신들 보다 먼저 파견되어 정보를 주었던 모리스를 찾아왔으나 모리스는 사라지고 없다.

그들이 찾던 웜도 사라지고 없었다.

웜과 모리스를 뒤쫓은 찰리와 일라이.

금을 좇아 제독을 배신한 모리스와 제독의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찰리와 제독의 밑에서 그만 빠져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라이 그들의 만남은 어떻게 끝이 날까?

 

 

 

 

 

"이곳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고향을 떠났을 때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모두가 낯설게 느껴질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거고요."

 

 

 

 

 

 

 

금광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온 사람들은 금을 캐고 자신을 잃었다.

일라이에게 그들의 모습은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게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저 신나게 쏘고, 신나게 달리고, 신나게 죽이고, 아무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총잡이를 그렸다가 된통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일라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여태까지 쌓여있던 총잡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은 이야기가 마치 단편처럼 넘어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의 사건과 감정선을 넘기는 과정이 몇 페이지로 나눠서 끊어간다.

그리고 두 편의 막간극이 첨가된다. 꿈속의 장면만을 따로 편집해 놓은 것처럼.

 

소설인데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어쩜 아마도 일라이가 보고 싶은 거겠지만.

 

 

 

 

"그럼 이것이 내 생애 마지막 살인의 시절이 되리라."

 

 

찰리와 일라이 시스터스의 두 번째 시절의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는 늘 그 뒷얘기가 궁금하게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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