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도쿄타워 이후로 두 번째 읽는
그녀의 작품.
별사탕 내리는
밤.
도쿄타워의 농도가 더 짙어진
이야기라 할까.
아르헨티나 이민자 2세인
카리나와 미카엘라.
두 자매는 어릴 때 모든 걸
함께 했고, 모든 걸 공유하기로 했다.
남자마저.
그런 기행은 계속되었고,
그것은 두 사람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무언가였다.
남자는 다
그래.
남자에 의지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이유가 되어갔다.
카리나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남자가 생기기 전까진.
카리나는 사와코로 다쓰야와
결혼하여 일본에서 살고
미카엘라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아르헨티나로 와서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딸을 낳아 키우며 살아간다.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사와코는 손편지로 미카엘라는 이메일로 이어간다.
그리고 어느 날 사와코는
일본에서의 모든 걸 버리고 아르헨티나로 돌아온다.
다른
남자와.
왜 하필 아르헨티나와 일본을
넘나드는 걸까?
이방인으로 자랐기에 그런
짓들이 용납된다는 뜻일까?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멘탈이
있는 곳은 지구인가 지구가 아닌 안드로메다인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되묻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읽을수록 알 수 없었으니까.
참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인데
참 아름답게
읽힌다.
그게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를
읽게 하는 힘이지.
갈등의 접점에서 다음 장면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그래서 아무도 화를 내지도
따지지도 캐묻지도 치를 떨지도 않는다.
그녀들의 부모들 마저 그러려니
한다.
그러니 읽는 이들도 그러려니
하게 마련이다.
문득 사와코는 다쓰야와 함께한 나날을 - 아니, 이
나라에서의 기억 모두를-자신이 이미 과거로서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났을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