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앱솔루트 달링
가브리엘 탤런트 지음, 김효정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상황은 끝났어도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터틀은 '무식한 잡년'이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깡통 속에 담겨 있던 뭔가가 왈칵 쏟아지듯이 그 말의 의미가 갑자기 그녀를 덮쳤다. 스스로 이름한 적도 없고 자세히 들여다본 적도 없는 그녀의 일부에 마틴이 이름을 붙이면 터틀은 그의 표현 그대로 자신을 인식하면서 자기혐오에 빠지곤 했다.





학대받는 소녀의 절망적인 현실

폭력과 구속에서 벗어나

해방을 얻기 위한 처절한 투쟁

심리 드라마와 액션이 엉킨 문제작

강렬한 문구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오지에서 청소년 삼림 감시단을 이끌며 두 계절을 보낸 작가의 장편소설 데뷔작이다.

소설 초안으로 수십억 달러의 출판 계약이 성립되었다니 웬만큼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제목도 강렬하고

책을 설명하는 문구들도 강한 여운을 남겼고,

신선한 작가의 피로 이 흔한 이야기를 어찌 풀어냈을지 몹시 궁금했다.

읽기 편한 소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읽어 내렸다.

압도적인 자연의 묘사와 터틀의 상황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야생에 버려진 소녀의 생존기 같은 느낌이 가득한 이 이야기는 숨 막히는 현실감을 주변 환경의 묘사로 희석한 느낌이다.

줄리아 앨버스턴.

터틀, 개밥, 무식한 잡년

모두 같은 사람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불리는.

여성 혐오증과 세상의 종말을 염려하는 강박은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 시킨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그의 마지막 보물 줄리아.

그는 딸아이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치고, 일부러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서 그녀가 버티게 만든다.

자기만의 교육법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소녀는 그것이 전부라 믿게 된다.

제이콥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비교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줄리아에겐 아버지와 그녀. 근처에 사는 할아버지만이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사회생활과 사람과의 관계를 배우지 못한 줄리아는 학교는 다니지만 친구는 없고, 성적도 좋지 않다.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인 사람은 그녀의 담임 애나 선생님이었지만 그 외에는 아무도 그녀의 상황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이는

고립된 환경에서 총과 칼을 쓰며 야생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곧 세상이 멸망할 테니 아무것도 소용없고, 그런 세상에 너를 내보낼 수 없다는 마틴의 주장이 터틀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한밤중 자신을 찾는 마틴의 행동에 대해

그것을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어딘가에서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것을 거부하는 그녀의 자아가 숨어 있었다.


 

 

 

 

 

마틴을 닮아서인지 그녀의 정신은 결코 강압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아니고 그의 일부도 아니었다.



그녀는 혼자인 시간을 즐겼고,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이런 시간이 간절했다.

숲속을 헤매는 소녀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 길을 따라 터틀이 도망치기를 나는 간절히 바랬다.

누군가 그녀를 도와 그녀를 그 지옥에서 데리고 가주기를 절실히 바랐다.

모든 비슷한 이야기에서 그렇듯. 그녀를 위해 용기를 내어주는 누군가가 나타날 거라 나는 믿었다.

그게 할아버지이거나 엄마 친구였던 캐롤라인이거나 담임선생님 애나이기를 굳게 믿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자 공포이다.

사실 호평받는 첫 데뷔작인 이야기들을 올해 몇 편 읽었는데 다 특별했지만 이 이야기가 가장 특별했다.

깡마른 소녀의 강한 정신력은 어쩌면 그의 아버지에 의해 단련된 것이기도 하다

종말이 올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슨 일에도 겁을 먹어서는 안되고, 물러나도 안되고, 악착같이 살기 위해 버텨야 한다는 걸 몸소 가르쳐준 마틴.

그런 아버지의 행동을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밖에 없었던 터틀.

몇 번의 탈출을 꿈꾸지만 그녀는 늘 돌아왔다.

매번 더 한 고통이 따랐지만 그래도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들의 상황에 전환점을 가져왔다.

마틴은 터틀을 버리고 떠났으며 그가 없는 동안 터틀은 제이콥과 브레트와 어울리며 자신의 삶과 비교할 것들을 알아갔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도 결코 그 이전이 될 수 없는. 그런 여자가 되었다.

다시 돌아온 마틴에겐 작은 아이가 딸려왔다.

그 아이를 통해 터틀은 자신의 처지를 되짚어 보게 된다.

아무리 그럴싸한 언변을 토해내서 자신의 상황을 모면하려 해도 그는 어쩔 수 없는 소아성애자였다.



사실을 왜곡하기 시작하면 절대 원상으로 되돌리지 못해.




터틀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틴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를 배신하는 거 같았기 때문에...

그래서 탈출을 꿈꾸면서도 그의 곁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엄마를 잃고 그 충격과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빠에겐 터틀이 세상의 전부였으니까.


"넌 내 거다." 마틴이 부지깽이를 휘둘러 그녀의 팔을 내리쳤다. 터틀은 진흙탕에 엎어졌다.




이야기의 결말로 치달을 때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다.

어째서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는지.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고 터틀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계속되는 공포는 시간이 지나면 치유가 될까?

스스로의 의지.

그것이 없으면 어떤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이 와도 잡을 수 없다.

터틀은 그 손길을 스스로 몇 번 내쳤다.

그런 후회가 그녀의 가슴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겠지.

그리고 그녀와 같은 상황을 맞게 될 카이엔을 위해 터틀은 용기를 내었다.

자신을 위한 용기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일에서 용기는 훨씬 빠르게 작용한다.

이 아름다울 수 없는 이야기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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