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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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태어난 그날로부터, 우리는 지난 몇백 년 동안 유럽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줄줄이 이어진 박해와 집단 학살뿐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고, 그러고 나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려는 욕구에도 불구하고 그 가르침이 뱃속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곪아간다.
            



이스라엘의 작가.
처음 접하는 글인데 굉장히 호감이 간다.
극적인 상황에 매일 노출되어서도 유머러스함이 빛을 발하는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처한 난처함이라던지 극박함이라던지 평소에 생각해오던 심각함들이 모두 우스워진다.

탈무드의 현실판을 읽는 기분이다.

찰나를 살아내는 긴박한 사람들의 일반적 일상
그안에 고스란히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은연중 삶에 접목시켜 사는 달관된 생각들

웃으며 읽다가 찡해지는 마음
어쩜 이렇게 극적일까? 하는 사람들의 모습
늘 전쟁과 테러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앓는 모습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지갑도 챙기지 않고 걸어 다니고, 상점은 모두 문을 닫고, 텔레비전 방송도 없고, 웹사이트 업데이트조차 없는 날



속죄일.
그런날을 기릴 줄 아는 그들의 삶.
책을 읽다 이 대목에서
단 하루도 인터넷과 모든 편의시설 없이는 살 수 없는 우리를 떠올린다.


벌레를 죽이는것과 개구리를 죽이는 것을 구별하는 선이 있다. 그리고 작가는 살면서 그 선을 넘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지적해야만 한다.
작가는 이세상의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을 조금 더 예리하게 감지하고 조금 더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는, 또 하나의 죄인일 뿐이다.



아버지의 아들로
아들의 아버지로 살았 던 7년.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빠는 누가 지켜줘?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아들은 아버지 앞에선 울 수 있는데...


바 또는 기차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는 말하지만 옆집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는 이야기.

 

 


이스라엘에선 출간되지 않은 36편의 이야기
작가의 낯선이가 된 기분이 참 은근하게 좋다.
그가 정말 친한 사람들이 아닌
낯선이들에게 들려주는 그의 일상들이
독특한 울림으로 내 마음에 남았다.

가족에 대해서
나아가 이웃에 대하여
더 나아가 우정에 대해
그리고 인류애에 대하여

이토록 소소하고
이토록 세련된 에세이는 처음이다

표지 딋편에 적힌 다양한 평들중
알렉산다르 헤몬의 평이 내 마음과 같다



 

   도대체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쓰면 어떤 것이라도 좋은 이야기가 된다.



고속도로에서 공습 사이렌이 들려온다.
'' 엄마랑 나는 식빵이야. 너는 파스트라미야. 우리는 최대한 빨리 샌드위치를 만들어야해.''
레브가 시라의 등 위에 엎드리더니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나는 두 사람 위에 엎드리고, 내 무게로 짓누르지 않도록 축축한 땅을 손으로 짚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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