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능력을 가진 제이크는 삼십 년 가까이
얼씬도 하지 않았던 고향 몬탁에 도착한다.
고향에 오지 않는
동안 전혀 연락도 없이 지내던 아버지가 치매와 함께 허물어져서는 분신을 했기 때문이었다.
두 손에 불을 지르고 거실 창을 깨고 마당 수영장으로 뛰어든 그의 아버지는 영영 두 손을
잃었다.
화가로서의 그의 생이 끝난 것이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온 아버지는 그 뭉뜩한 손으로 병실 벽에다 그림을 그린다. 얼굴 없는 남자의 모습을...
아버지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려 한 걸까?
아버지가 그린 얼굴 없는 남자는 누구일까?
제이크의
귀환과 함께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삼십 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제이크의 어머니는 살해당했다.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진 채...
그리고 제이크는 집을 떠나 방황했다. 약과 술에 절어서.
그런 그가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을 때 그의 온몸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된 단테의 신곡 지옥편 중
제12곡
그것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그의 인생에서 몇 개월의
기억이 사라졌다.
제이크가
아버지 때문에 돌아온 곳.
그의 어린 시절이 잠들어 있는
곳.
몬탁엔 제이크와 함께 오래전 범인이 다시
돌아온다.
마치 제이크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작정한
듯이.
그리고 대서양에서부터 거대한 태풍 딜런이 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그리고 거대한 태풍
비밀을 감추고 두려움에 떠는 아버지
거대한 태풍으로 인해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제이크도 더 이상 이 살인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떠나기로 한다.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아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은 이런 일을 하지 않고 평범한 인생을
살기 위해 그는 FBI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살인범을 잡지
않고 떠나야만 그의 아내와 아들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려고 준비를 마쳤을 때 블러드 맨이 나타나 그의 아들과 아내를 납치해간다.
가장
끔찍한 살인 현장의 묘사
역대 가장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
그리고 역사상 가장 큰
허리케인
그리고 죽은 자들의 마지막을 그리는 범죄
수사관.
날씨와 살인과 광기 어린 화가와
온몸에 문신이 새겨진 수사관
그리고 오래된 비밀
그 비밀을 간직하고 공포에 떠는 화가
이
조합으로 이야기는 끝까지 읽는 이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마치 퍼즐처럼 여기저기 널브러뜨린 조각들이 맞춰져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어갈
때쯤
책을 덮을 수도 계속 읽을 수도 없는 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끝을 알고 싶지 않은 스릴러는
처음이다...
로버트 포비의 데뷔작이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헐렁한 느낌을 준다.
범인에 대해 이토록이나 불친절한 설명을 하는 작가는 없었다.
범인의 동기, 범인의 생각, 범인의 행동을 독자에게 이해시킬 마음이 전혀 없는 거
같다.
그래서 더 끔찍하고, 더 잔인하고, 더
공포스럽다.
이 작가 로버트 포비.
더 다듬어진다면 최고의 스릴러 작가가 될 거 같다.
악랄하다는 평이 맞다.
악랄한 작가의 악랄한 범인.
읽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것들이 밤사이 꿈속에서 오고
갔다.
웬만큼 스릴러에 단련되어 있다고 자부했지만 이번만큼
적응하기 힘든 이야기는 처음이다.
끈적한 공포와 극치의 잔인함이 스멀스멀 영혼을 갉아먹는
느낌이다...
절대 밤에 읽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