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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ㅣ 새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011/pimg_7368641352024522.jpg)
제1회 자음과 모음 경장편 소설상
수상작
가장 살벌하고 황당무계한
소동극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꼬리를 물어가며
얽히어 돌고 도는 느낌이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굴레 내지는 쳇바퀴를 연상하게 한다
현실을 잘 표현한 신선한
문체였다.
시집처럼 앙증맞아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도 좋다.
범상치 않은 재미 속에
현실을 풍자하는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신인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엄마를 위해서 원하지 않는
삶을 살 각오가 되어 있는가?
시트콤을 읽었는데
시트콤 한편을 본 것 같다.
분명 읽었는데
무언가를 본 느낌이다.
재.
미. 있. 다.
그리고
무. 섭. 도. 록. 슬. 프. 다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이토록이나 웃픈
건지 몰랐다
대화와 지문 같은 짧은 설명으로 인해
읽는
이가 머릿속에서 스스로 영상을 만들어내어 재생한다
동영상을 보는 거 같다는 심사평처럼.
그녀는 인생이라는 강요에 가장 잘 대처하는
방법은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학교에서 바지 없이 깨어난 남자는 바바리맨 취급을 받지만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
주는 사람은 없다.
그는 졸지에 치한이 되어 경찰에 붙들리지만 어차피 치한보다 더한 놈이란 건 밝혀질까?
그들은 한
쌍의 로맨틱한 시체 같았다고 한다.
그 시체들 중 한 명은 해서는 안될 짓을 했고, 한 명은 치기 어린
정의감 때문에 세 인생을 한순간에 말아먹을 뻔했다는 건 알고는 있을까?
친구는.
십 대 시절 친구는.
무슨 짓을
해도 같이해야 한다고.
피 끓고, 머릿속에 온통 성에 대한 호기심이 들끓어서 생각 대신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런
시절에 나를 제어해주고, 나를 말려줄 수 있는 친구는 또 얼마나 있을까?
아이는
딸아이만은
내 삶을 대물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모성애일까, 엄마 욕심인 걸까?
엄마는 자신이 재단해 놓은 틀에 딸아이를 억지로 밀어 넣고 등까지 떠민다.
아이는 숨이 막히지만 엄마는 절대 듣지 않는다.
엄마라는 관 속에 생매장 당할 바에는 차라리
머리가 깨져 죽는 게 낫다.
듣는다는 건
들어준다는 건
지. 는. 것. 이. 다.
기싸움에서 지면 안
되는 게 엄마의 입장이다.
왜?
엄마니까.
"넌 할 수 있어! 무조건 서울대
가. 안 그러면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서울대가 그렇게 좋으면 엄마가 수능 쳐서
들어가!"
연아 엄마 연희 씨.
집에선 그러지 말아야지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지
그래서 딸아이가
서울대 가기를 원한 거야?
서울대 가면 그렇게 안 살 거 같아서?
그렇게 안 사는 게 어떤 건지 치부를 들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인가?
당신이 연아를 이해하는
것 보다 연아가 당신을 더 많이 이해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당신만 모르는 일이지...
엄마도
나처럼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엄마 역시 나처럼 살기 싫어 울어본 적이 있었을까? 그러던 와중에 어쩌다 보니 자신과 똑 닮은 나를
낳고, 당신의 삶을 나에게 따라놓은 걸까?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말이다.
짧은 이야기에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모두 주인공이고
모두 주변인이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에 연루된 인물들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하루의 마지막을 향해 각자의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끝났다 싶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언제나 현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계속되니까.
그래서 이 모든 숨 가쁜 사건
속에서 속시원히 해결된 건 없다.
그것 또한 현실이다.
현실처럼 명쾌하지 않은
것도 없지.
첫 등단 작품인데
새로운 소설 기법으로 읽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시트콤 기법이라 내
맘대로 붙여본다.
유행처럼 번질
기세다.
짧고
굵고
강하게
임팩트 쩌는(이 표현을 쓰고 싶진 않지만 이보다 더 적당함을 찾기 어렵다)
새로운 소설
시트콤.
많이 시청해주세요!
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왜냐하면
읽고 있는데 정말 보고 있는 거 같으니까!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한동안 정적만 감돌았다.
어색함을 느낄 필요가 없는 실속 있는 침묵이 그들을 점차
진정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