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 도시 생활자의 마음 공황
박상아 지음 / 파우제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불안에 담겨진 박제 인간이었다.


작가의 이력을 본 것만으로도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은 제목 때문에도 읽고 싶었던 책이다.

나도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고민하고
겁내고
외로웠고
무수한 밤을 지새웠었다.

공황장애와 전환장애를 앓고 있는 작가

전환장애는 정신적 에너지가 신체적 증상으로 변환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신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마비가 온다거나, 실명을 한다거나 하는 질환이다.


정신적 고갈 상태가 몸으로 표현되는 현상. 이라고 나름 이해해 보았다.
아마도 일에 집중해서 마음이 쉴 틈이 없었던 작가에게 억지로라도 쉬게 해보려는 마음의 투정 같은 병.

그녀의 글들에 빠져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며칠간 내 마음이 쉬고 싶을 때 읽으려던 마음이 그렇게 급하게 흘렀다.
아마도 십여 년 전의 내 모습이 글에서 보였기 때문에
그녀의 고통을 수반한 글들이 날카롭게 베이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글들이 무겁게 가라앉지 않아서
거침없는 표현들이 살아 무뎌진 감성을 콕콕 찍어대서
한때의 내 글을 보는 거 같아서
그렇게 글을 먹어치웠다.

어느 시절
어딘가에서
툭...
끊어져 버린 감정의 끈 한 가닥이
살아 돌아오는 느낌이 좋았다...




어렸을 적 꿈인 화가와 패션디자이너. 두 꿈의 중간쯤, 거기에 생계라는 재료를 믹서에 넣고 잘 갈아놓은 패션 광고대행사의 아트디렉터라는 삶.
두 가지 꿈 중 무엇도 선택하지 않고, 그렇다고 어느 하나 버리지 않은 어정쩡한 삶.


글도 그림도 그녀의 색채로 가득하다.
누군가의 고통을 수반한 글에 예쁘다는 감정을 드러내는 게 실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책을 읽기 전 훑어보던 시간에도
책을 읽어내려가던 시간에도
책을 덮고 음미하는 시간에도
나는 예쁘다는 생각을 놓지 못했다.


예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무례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은 상대가 나를 존중해줄 때에만 하자.


그래야지.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예의를 차리고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
많은 것을 속으로 삯히다가 앓게 되는 건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지.


우리는 어떤 관계든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과 함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래 갖고 있던 생생한 자신의 매력마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녀가 긴 투병생활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 택한 건 글쓰기이다.
그녀의 글은
투정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고
원망도 아니다

살기 위해
숨쉬기 위해
생활하기 위해
끄적인 글이다.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두려웠던 시간들의 끄적임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시간의 끄적임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녀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인가로 거듭났을 시간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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