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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북리뷰] 나는 무엇인가?
갱단에 추격을 받는 존은 그만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의식은 희미해지고
추위로 몸은 굳어만 갔다.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곳에 누워 있었다.
“이제 정신이 드나보구려.”, “누구시죠? 그리고
여기는 어디인가요?”, “운 좋은 줄 알아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존은 머리와 몸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었다. 이윽고
존이 하는 말, “내가 누구죠?”
영화에서 본 한 씬을 그냥 옮겨봤다. 가상의 인물 존처럼 자신에 대해서
물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고 질문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나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Who am I?’에서 ‘What
am I?’가 된 것이다. Who는 사람이기에 사람에 대해서 말해주면 된다. 그런데 What은 무엇, 즉
존재 자체의 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what은 정의 또는 명백한 규정을 원하는 말이다. 이런 예문을 보자, What time is it? What does he
do? 학교 다닐 때 영어 시간에 배웠던 문장이다. 처음 문장은 몇시냐고 물어봤다. 그러면 우리는 시간이라는 공통의 약속에 의해 지금이 몇시라고 대답한다. 또한
직업에 대해서도 근로를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일들을 여러 카테고리로 묶어서 정의를 해 놓은 하나의 업종을 이야기한다.
즉, 이 책의 제목인 ‘나는
무엇인가?’는 ‘나는 어떻게 정의되는가?’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분인 (dividual)을 언급한다. 개인 (individual)에서
in을 제거하고 더 이상 분화될 수 없는 단위인 분인을 만들어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분인의 총합 또는 그 묶음이라고 이해 할 수
있다고 본다. 분인이라는 말을 간단하게 풀어보자면 이렇다.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때 기분이 좋은 사람은 나의 분인과 타인의 분인이 잘 맞는다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성별도
연령도 성격도 어느 정도 합치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sns)에서 사진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이 많아진다면 페이스북을 하는 맛이 날 것이다. 그런데 같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좋아요’와 댓글이 없다면 이 사람은 페북에서는 기분이 좋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분인은 상황에 따라 대하는 사람에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책에서는 인격은 여러 개 있어도 얼굴은 하나라는 말을 한다. 이 문장을
읽으니 요즘 인기 있는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여기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나름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이전의 이미지가 있어 노래 자체만으로 평가 받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다.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하는
사람은 원래 그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람 그 자체를 보지 못했다. 복면을 쓰고서야 원래 그 사람이 되었고, 자신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얼굴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이미지화시킨 결과인 듯 싶다.
어떤 때는 분노하고 어떤 때는 상냥하고… 상황에 따른 그리고 상대방에
따른 분인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모든 분인은 ‘나’라고 했다. 다중인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당연하지 않을까?
나의 분인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휴식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