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민의 한양읽기 : 궁궐 상 홍순민의 한양읽기
홍순민 지음 / 눌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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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상

모르는 게 많아서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잘 못 알고 있는 게 많아서 힘들다.”라는 말을 했다. 내가 4년 간 북포럼에 참여 하면서 가장 가슴을 파고든 말이었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을 읽으면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홍순민 작가의 글이 100% 맞다고는 할 수 없다. 허나, 적절한 근거를 둔 것에는 일면 타당하다고 느꼈다. 한양의 궁궐은 일제 식민지 상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유실됐다고 한다. 일제 식민지 하에서 우리 민족과 문화는 왜곡되고 사라졌다. 그것이 지금도 그대로 내려 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만남의 광장인 서울 종각역. 책에서는 종루라고 표현했다. 종각은 1층이고 종루면 2층이라는 의미다. 종각의 위치도 지금의 위치가 아니라고 한다. 밀리고 밀려 지금의 위치며, 33번의 종을 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 도성 전체에 시각을 알려준 종소리가 지금은 없다. 저자는 종을 치면서 시각을 알려주는 것도 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궁궐은 그럼 무엇일까? 임금이 사는 곳이 궁궐이다. 그러나 요즘은 고궁이란 말을 한다.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등을 다녀 와서 남기는 글 중 많은 글이 고궁산책이란 말을 쓴다. 그렇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이, 임금이 살지 않고 죽어버린 궁이란 의미다.

궁궐이 구조와 건물들에 대해 풀이했는데, 이건 뭐 전문가나 전공자가 알아야 할 수준이다. 나처럼 일년에 한 두 번 가는 사람에게는 여간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다. 궁궐에 대해 자세히 안다면, 궁궐을 찾았을 때 보는 멋이 더하겠지만 말이다.

궁궐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궁궐 건물의 요소들이었다. 138페이지에는 건물의 요소들이 자세히 풀이돼 있다. 궁궐 건물의 가장 상단이 용마루, 용마루 끝이 취두, 내림마루, 귀마루, 토수, 상월대, 하월대 등 궁궐의 건물 요소들에 대해 시원스럽게 명칭을 알 수 있었다. 가끔 궁궐의 사진을 찍고 저기 명칭이 뭐지? 하면서 검색을 한 적이 있다. 검색에서도 시원스럽게 알 수 없었지만,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상권에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겉모습을 보았다면, 건물의 기둥, , 도리, 서까래 등도 알아야 한다. 다포구조와 이익공 구조 등을 설명하는데, 이거 참 어렵다. 저 당시 이런 기술이 있었던 게 놀랍기만 하다. 지금이야 시멘트를 들이 붙고 철근으로 이어버리는 집이 대부분이지만, 궁궐은 그렇지 않다. 여러 구조물이 얽히고 설키면서 지붕을 받힌다. 지붕의 모습도 여러가지다.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 사모지붕, 육모지붕, 팔모지붕 등 다양하다. 창덕궁 후원을 관람하면서 우리나라 지붕이 아닌 것 같았는데, 지붕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그저 내 눈에 낯설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됐겠지만, 어쩌겠나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이렇게 배운 적이 없다. 국사는 그저 암기해서 시험보는 과목이었다. 그 시험 점수로 내신만을 생각했기에 국사란 과목이 재미 있을리 없었다. 고등학교까지 국사는 체험과 이야기하는 수업으로 바뀌면 좋겠다.

궁궐을 이야기하다 보면, 법궁과 이궁이란 말을 한다. “임금이 어느 궁궐에 들어가 사는 것을 임어라 하고, 기거하는 궁궐을 옮겨가는 것을 이어라 하며, 다시 원래의 궁궐로 돌아오는 것을 환어라 한다. 임금이 임어하는 공식 궁궐들 가운데서 으뜸이 되는 궁궐을 법궁이라고 하였다.(p 162)”라고 궁궐의 명칭을 구분했다. 법궁이라고 하면 따라오는 것이 이궁이다. 조선시대에는 법궁과 이궁 양궐체제였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인경궁, 경운궁 6개 궁이 법궁이 되었다가 이궁이 되었다가 했다고 한다. 허나, 경복궁은 조선시대 으뜸이 법궁이었다. 경희궁과 인경궁은 법궁인 시기가 없었고, 1896년부터는 법궁과 이궁의 구분이 없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자세히 기술하고 있지 않지만, 을사늑약의 매국노들은 동학에서 기인한다. 전봉준은 죽고 나머지 이들이 일본으로 가 외세를 끌여들어 체결한 것이 을사늑약이다. 책이 궁궐에 포커스를 맞췄기에 이 부분은 기술하지 않은 것 같다. 여튼, 경운궁은 화재가 나고 순종은 창덕궁으로 이어한다. 경술국치로 임금의 공식적인 공간은 사라졌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상권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궁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주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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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 자기 성찰의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범립본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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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으로 중국의 경전과 사서, 제자백가, 문집 등에서 가려 뽑은 2백여 단장의 모음이라고 책의 서문에 밝히고 있다. 음... 지금으로 해석하면 명언모음집이라고 해야 하나? 이 책에서도 총 25편의 이야기가 있다. 

책을 읽을 때, 책의 좋은 말도 중요하지만 읽는 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장자가 말했다.
"하루라도 착한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한 것이 저절로 일어난다."
莊子曰 : 一日不念善 諸惡自皆起                                                                 - p 12

라는 문장을 읽었다고 하자. 크나큰 어려움에 닥친 사람은 이런 문장이 눈에 들어올리 없다. 지극히 착하게 살았지만, 타인의 욕심과 욕망으로 내가 피해를 봤다면 이 문장을 보고 뭐라고 할까? 아마 십중팔구는그냥 써 있는 글에 불과할 것이다. 

모든 이에게 세상은 '나' 중심으로 돌아간다. 당연한 것이다. 내가 살아야 세상도 보고, 남도 볼 수 있다. 철저히 '나' 위주로 생각해야 한다.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게 된다.
心不負人, 面無慙色                                                                                   - p 74

이 글의 각주에는 "쉽게 말해 남을 속이고 이익을 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갈 것을 내가 가로채는 일 따위를 말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어려움에 처하게 한 이는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생길 것이다. 허나 그는 모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보는 것은 나다. 다른 사람을 이용해 자신의 배를 불린 이는 죄라는 것을 모른다. 허나 어쩌겠나 내가 다른 이처럼 살 수 없는 것을.

책의 주석에 재밌는 해설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有用의 용用만을 알 뿐 무용無用의 용用을 알려하지 않으니 한심한 일이다."(p 125)라는 주석이다.

유용과 무용의 用에 대한 해석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책에서의 해석과는 다른 해석일 수 있겠지만, 내가 이해한 유용과 무용은 이렇다.  

해외여행에 갈 때, 대부분 환전을 하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물리적인 오류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을 때, 현금을 사용했다. 신용카드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여행 중 가방을 잃어버리게 됐다. 가방에는 신용카드와 휴대폰 등이 있었다. 다행히 지갑은 주머니에 있었다. 무용지물이 된 신용카드라고 여겼지만, 신용카드 분실로 인한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꾸민 이야기라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用이란 말을 '쓰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이득'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책의 글은 변하지 않는다. 읽는 이의 마음 상태가 변한다. 그래서 책은 한 번 만 읽으면 안 된다. 글이 주는 느낌이 다른 것은 '내 안의 마음'이 달라서다. 년말에 명심보감을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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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심리학 -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음식에 담긴 42가지 비밀
멜라니 뮐 & 디아나 폰 코프 지음, 송소민 옮김 / 반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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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심리학

점심 뭐 먹지?’, ‘만나서 뭐 먹을까?’, ‘우리 맛있는 거 먹자!’ 등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음식 이야기를 자주한다. 최근에는 외식이 아닌 집에서 해먹는 DIY 요리도 많아지고 있다. 매슬로우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5단계가 있다고 한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공감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또한 인간의 3대 욕구는 식욕, 수면욕구, 성욕이라고 한다. 매슬로우와 인간의 3대 욕구를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종이건 살아 있으니 생존을 해야 하니까. 근데 인간은 더 잘 먹고 싶어한다. 맛난 음식, 분위기 좋은 장소, 플레팅도 멋지면 더 좋다. 이런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판매자들은 부던히 애를 쓴다. 더 맛나 보이게 하고, 더 건강해 보여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한다. 그리고는 구매로 이어지게 말이다.

집밥이란 말이 유행한다. 매일 점심을 사 먹는 직장인이 집에서 밥을 먹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집밥이 몸에 좋을까? 식재료는 신선하며, 화학조미료가 들어가 있지 않고, 식품첨가물이 배제된 안전한 밥상일까? 나는 여기서 물음표를 던진다. 농업농촌에 관심이 많아 수년간 농업농촌을 둘러보고 있다. 농업인을 만나 이야기도 나눈다.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농사를 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농산물은 농약이 들어가 있다. 농약으로 키운 농산물은 이쁘다. 대표적으로 파가 그렇다. 길게 쭉~ 뻗고 탱탱한 모양은 한 파. 이런 파를 먹으면 건강할까? 그리고 집이건 식당이건 이런 파를 안 쓸까? 단순히 파 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산물 전체의 문제. , 식자재에 대한 문제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파가 유기농 파보다 싸다.

집 주변 장이 서면 파 한단에 2천원짜리와 1천원짜리가 있다. 무엇을 사겠는가? 결국 집밥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할 말이 많지만 이 정도로만 하겠다.

책에서 보니 구글에서는 신선한 유기농 야채와 몸에 좋은 음식을 먹도록 직원들에게 신경을 쓴다고 한다. 회사도 효율성을 극대화 시켜야 하니 당연한 방법이겠지. 이건 뭐라고 해도 회사에서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 건강이 곧 회사의 매출과 연결된다는 생각을 우리나라 기업주들은 안 하니까 말이다.

책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남미 인디언의 경우에 여성이 남성을 떠나는 신호로 부엌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이에 함께 음식을 먹으면 즐겁다.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으니 혼밥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뭐 요즘은 혼밥이 편하다는 분이 많다. 나 역시 밥 먹을 때는 회사 이야기하는 게 싫다. 맘 편히 맛난 밥 먹고 쉬고 싶으니까. 여튼 헤어짐을 위해 너 혼밥해라는 굉장히 유효적절한 헤어짐의 방법이다.

혼밥을 해도 나름 갖추고 먹는 이들이 많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더라도 심리학적인 속임수가 있다. 바로 디스플레이다. 판매를 강하게 하기 위한 상품은 내 눈높이에 있고(대략 140cm~180), 구매를 원하는 상품은 허리를 굽혀야 하는 곳에 있다. 마트에서 사온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도 한 병 사온다. 그런데 와인을 잘 모르면 플라시보 효과에 빠지게 된다. 1만원 와인과 3만원 와인이 있으면, 3만원 와인을 구매하게 된다. 더 맛나다고 느끼지만 와인은 천차만별이다. 와인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지만 대부분은 조금 더 비싸면 맛난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과 마케팅의 콜라보로 나는 오늘도 호갱을 인증했다.

혼밥으로 끼니를 때우다. 집에 손님이 오게 됐다. 그런데 두 명 중 한 명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빨간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 된다. 교통표지판의 빨간색은 위험을 알려준다. 곧 빨간색은 위험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위험을 인식하면 맘 편하게 밥을 먹을까? 음식은 눈으로 먹는 다는 말도 있다. 눈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느긋하게 밥을 먹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슷하게 스테이크가 푸른색이면 어떨까? 이 역시 먹기 거북하지 않을까? 색은 곧 심리적인 감정과 연결된다. 이를 잘 활용하면 나는 맛밥, 상대방은 빠염이 가능하겠다.

맛집 소개가 되면 줄을 서서 먹는다. 더 맛있게 느껴지게 된다. 후광효과 때문이다. 근데, 맛집이라고 소개된 집 중 레알 맛집은 드물더라.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 역시 먹는 음식의 즐거움을 말한 것이겠지. 그래~ 오늘도 맛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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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리더십 -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 인문고전에서 뽑아낸 리더십의 핵심
조슬린 데이비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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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인문학 리더십

리더십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리더의 입장에서 본 리더십인지, 팔로워들이 생각하는 리더십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리고 어느 방향에서 본 리더십이 진정한 리더십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리더는 이래야 한다는 당위적인 이야기만 나온다. 그게 리더의 필요조건인지 충분조건인지도 잘 모르겠다. 만약 완벽한 리더가 있었다면 그 사람처럼 만 하면 될까? 이건 또 의문이다. 완벽한 리더를 추종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이는 없다. 이렇게 보면, 그 누구도 리더가 될 수 없다. 리더는 타고나야 가능한 것이 된다.

그래서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여태까지 살았던 사람 중 리더로서 좋은 재능은 보여준 사람의 행동과 생각 등을 배워야 한다. 배운다고 해서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그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 테니까.

제목이 인문학 리더십이다. 플라톤의 국가, 플루타르코스의 도덕론, 융의 심리학적 유형, 오스틴의 엠마, 노자의 도격경 등 24가지의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의 모습을 찾는다. 찾았으면 좋겠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시국에서 다음 리더가 진정 중요한까. 그리고 내가 살면서 리더가 될 수 있기에 내가 느낄 수 있는 리더의 표본을 찾아보려고 한다.

셰익스피어 리더 왕을 이야기하면서 여덟 가지 함정에 주의하라고 했다. 1. 맹점을 무시한다. 2, 인간관계를 순진하게 생각한다. 3. 감상적인 면을 깔본다. 4. 단순한 답만 좇는다. 5. 너무 일찍 승리를 선언한다. 6. 적응에 실패한다. 7. 남의 강점을 폄하한다. 8. 지배하고 포기한다. 여기 문장 중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문장은 없다. 당위적으로 모두 다 맞아라고 말하는 게 리더십일까? 난 또 의문이 든다.

플라톤의 국가에서는 최근 세태를 반영하는 글이 있다. “전체주의 국가의 특징 중 하나가 사회적 정의에 대해 광범한 개념을 강조하고 개인차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중략) <국가> 7권 끝에서 플라톤은 완벽하게 공정한 사회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계속 채근하는 소크라테스를 통해 우리에게 그런 국가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준다. ‘완벽한 공정함이라는 것이 개인에게 특별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면 말이다” ( P 90 )

나이, 성별, 장애 유무, 학력, 재산 등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모두 출발점이 같으면 완벽한 공정일까? 이력서에는 학력, 결혼유무, 나이 등 자신의 출발점을 기록한다. 이런 게 잘못됐다고 해서 업무경력으로 평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직 자신의 이름과 경력만 기술하고 자신이 업무에 적합하다고 말한다면 우린 이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내가 말한 부분은 어폐가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정함은 출발점을 같게 하는 것이다. 이 출발점은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 공정한 출발점은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추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신체적 장애가 있다면 비장애인보다 먼저 출발할 수 있게 하고, 나이가 어리다면 그만큼 적은 경험이 있음을 감안하는 것이고, 학력과 성별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게 공정한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플라톤 <국가>를 인용한 저자는 공정함을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위기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헨리 5>에서는 타이타닉호의 침몰이 나온다. 타이타닉호는 선장, 잘못된 믿음 등에서 나온 대재앙이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캘리포니아호는 15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응을 하지 않았고 새벽에서야 구조신호를 받고 갔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1500명이 생을 달리했다. 반면, 90킬로 떨어진 카파시아호는 무선통신수가 선장을 깨워 상황을 알렸고 바로 기수를 돌려 타이타닉호로 향했다고 한다. 카파시아호는 700명을 구명정에 태워 사람을 살렸다.

여기서 위기가 닥쳤을 때 그리고 그 위기가 내 주변에서 일어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해 준 부분이다. 정확히 타이타닉호의 위치를 몰랐지만, 뱃머리를 돌리고 이후 타이타닉호의 위치를 찾아가며 목적지를 수정한 로스트런 선장. 말을 하지 않더라도 누가 리더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책임이다. 책에서는 책임감을 키우기 쉽지 않은 이유가 의도가 불분명하거나, 사공이 많거나, 비난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에는 리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 장난 삼아 이야기 해보면, 현재 최고의 리더는 카드리더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 중에 술 사는 사람, 밥 사는 사람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니 말이다. 아니라고 자위하지만 떨떠름한 건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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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자본주의 - 바다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이노우에 교스케.NHK「어촌」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 동아시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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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어촌자본주의

자본주의라 함은 이윤을 추구하는 돈이 주가 되는 경제. 농경 생활 이후 사유제가 시행되면서 자본주의가 시작되었다. 그렇다. 이 책을 단편적으로 요약하면 어촌 또는 바다를 사유화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바다를 이용해 돈을 만들자는 책이다. 너무 비약했나 싶지만 책 제목이 그런데 어떻게 할 것인가?

책에서 어촌(里海)을 이렇게 정의했다. “인공적인 관리를 통해서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이 향상된 연안 해역이렇게 정의한 것을 보면 바다자본주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약간 다른 의미로 어촌자본주의를 이야기하는 대목도 있다.

자연을 할 수 있는 데까지 착취하고, 경제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해, 지구환경의 한계에 스스로를 몰아넣고 있는 자본주의의 막다른 길에 어촌자본주의가 등장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저자 역시 자본주의의 한계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초반에 굴 양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연안해안에 적조가 많았다고 한다. 이것을 굴이 자연적으로 정화한다는 것이다. “굴은 단 1개가 하루에 욕조 1개분(300리터)의 물을 빨아들여 체내를 통과시켜서 플랑크톤을 걸러내서 먹는다.” ( P 37 ) 굴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식품이다.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리니까. 우리나라 연안에서 양식하는 굴도 일본과 마찬가지다. 굴은 양식이 없다는 말을 한다. 바다에서 기르지만 특별히 먹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후 바다 생태계도 약간 언급하고 이로 인해 인간관계가 좋아졌다는 말을 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나라나 어느 시기나 중요하다. 먹고 살수도 없는데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바다 생태계 이야기가 나오니 며칠 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명태의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생각난다. 최근 국내산 명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명태 실종(?)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도 문제가 되겠지만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무부별한 포획이란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명태 치어까지 잡아버리니 명태 씨가 마르지 않겠는가?

책에서도 말하는 것이 이 부분이 아닐까 했다. 굴의 자연정화, 바다의 생태계 등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자연의 일부가 자연을 망친다면 이는 곧 사람을 망치는 결과가 된다.

어촌자본주의라는 제목이 다소 거칠게 다가왔다. 하지만 어촌자본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삼시새끼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농촌에서 밥해먹고 어촌에서 밥해먹고 사는 이야기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농촌이든 어촌이든 먹고 사는 건 같은데 말이다.

이제는 농촌과 어촌이 그리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데 있다. 낚시를 하고 텃밭을 가꾸는 것이 흥미꺼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시=농촌=어촌이란 등식이 성립한다. 사람이 어디 거주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 사람이 있다면 자본주의가 시작된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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