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 자기 성찰의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범립본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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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으로 중국의 경전과 사서, 제자백가, 문집 등에서 가려 뽑은 2백여 단장의 모음이라고 책의 서문에 밝히고 있다. 음... 지금으로 해석하면 명언모음집이라고 해야 하나? 이 책에서도 총 25편의 이야기가 있다. 

책을 읽을 때, 책의 좋은 말도 중요하지만 읽는 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장자가 말했다.
"하루라도 착한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한 것이 저절로 일어난다."
莊子曰 : 一日不念善 諸惡自皆起                                                                 - p 12

라는 문장을 읽었다고 하자. 크나큰 어려움에 닥친 사람은 이런 문장이 눈에 들어올리 없다. 지극히 착하게 살았지만, 타인의 욕심과 욕망으로 내가 피해를 봤다면 이 문장을 보고 뭐라고 할까? 아마 십중팔구는그냥 써 있는 글에 불과할 것이다. 

모든 이에게 세상은 '나' 중심으로 돌아간다. 당연한 것이다. 내가 살아야 세상도 보고, 남도 볼 수 있다. 철저히 '나' 위주로 생각해야 한다.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게 된다.
心不負人, 面無慙色                                                                                   - p 74

이 글의 각주에는 "쉽게 말해 남을 속이고 이익을 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갈 것을 내가 가로채는 일 따위를 말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어려움에 처하게 한 이는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생길 것이다. 허나 그는 모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보는 것은 나다. 다른 사람을 이용해 자신의 배를 불린 이는 죄라는 것을 모른다. 허나 어쩌겠나 내가 다른 이처럼 살 수 없는 것을.

책의 주석에 재밌는 해설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有用의 용用만을 알 뿐 무용無用의 용用을 알려하지 않으니 한심한 일이다."(p 125)라는 주석이다.

유용과 무용의 用에 대한 해석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책에서의 해석과는 다른 해석일 수 있겠지만, 내가 이해한 유용과 무용은 이렇다.  

해외여행에 갈 때, 대부분 환전을 하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물리적인 오류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을 때, 현금을 사용했다. 신용카드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여행 중 가방을 잃어버리게 됐다. 가방에는 신용카드와 휴대폰 등이 있었다. 다행히 지갑은 주머니에 있었다. 무용지물이 된 신용카드라고 여겼지만, 신용카드 분실로 인한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꾸민 이야기라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用이란 말을 '쓰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이득'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책의 글은 변하지 않는다. 읽는 이의 마음 상태가 변한다. 그래서 책은 한 번 만 읽으면 안 된다. 글이 주는 느낌이 다른 것은 '내 안의 마음'이 달라서다. 년말에 명심보감을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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