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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스물아홉
권지희 지음 / 이팝나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스물살때 상상했던 서른은 여유있고,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왠지 서른이 되면 내 인생의 목표가 완성되고 고민거리는 없을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서른을 앞두고 있는 스물아홉의 나는 내가 상상했던 것들과는 참으로 멀어져 있었다. 오히려 스물살때보다 더 많은 고민거리가 생겼고, 또 자신을 무섭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봐야했다. 분명 내가 바랬던 것은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러한 이유때문이었을까...? 나는 서른이 다가온다는게 썩 반갑지 않았다. 오히려 그 서른이라는 녀석이 조금은 버겁기만 했다.
지금 이 책의 저자도 나와 같은 스물아홉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내 생각이지만 그녀의 스물아홉도 평범하지는 않은거 같다. 그랬기때문에 이 책에 더 빠져들었던게 아닐까 싶다. 정말 스물아홉이 아니면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었다. 분명 어떤 이들(=스물아홉이 아닌 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녀의 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맞장구를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스물아홉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이 책에는 담겨 있었다. 간혹 그 감정들이 나와 똑같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넘어갈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그녀에게 보낼 수 있었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이 지극히도 개인적인 감성을 풀어놓은 책이기 때문에....혼란스러운 스물아홉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만 호응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스물아홉이었기에 이 책에 눈길을 보냈지만 과연 내가 스물아홉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글에, 감정에 공감했을지는 살짝 의문이 든다. 그래도 나만 혼란스러운 스물아홉을 보내고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는 점은 좋은게 아닐까...?
마냥 걱정스럽기만 했던 스물아홉의 시간도 이젠 열흘도 남지 않았다. 과연 내가 어떻게 20대를, 스물아홉을 마무리 했는지는 서른이 훨씬 넘어서야 느끼겠지만 그래도 내 스물아홉도 평범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오히려 다른 어떤 이들보다 뜨겁게, 절실하게 보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다가오는 서른이라는 녀석을 이제는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