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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역습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사실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라 적응하는데 힘들었다는게 맞는듯 싶다. 그동안 자기계발서나 가벼운 에세이 종류의 책들만 읽어온 터라 등장 인물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는 점은 나를 조금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에 불과했다.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를 금방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일단 이 책은 허수정 작가의 전작인 <왕의 밀사>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직 전작을 읽지 못한 나로서는 처음 명준과 바쇼가 만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그들만의 익숙한 느낌에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에 나와있는 등장인물의 소개를 보면서 이들의 사이를 대충 감잡을 수 있었다. 이 등장인물의 소개는 책을 읽는 내내 도움이 되었다. 일본인의 이름은 우리와 달리 길고 좀 어려워서 여러 사람이 나오는 경우 서로 뒤죽박죽으로 섞여 구분하기 힘들었는데 작가는 그러한 점을 등장인물의 소개로 줄여주었다.
1665년 2월 일본 오사카의 한 저택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유일한 생존자인 한 소녀(나중엔 굵은 목소리를 가진 소년임이 밝혀졌지만;;)가 가지고 있던 풍속소설 책한권이 전부였다. 이 풍속소설은 어째선지 결말 부분이 찢겨져 있었다. 주인공 박명준과 바쇼는 이것을 빌미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결국 이 책이 막부에 의해 판매가 금지된 금서였다는 사실과 함께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임을 알게 되고 진실을 찾아 쫓게 되는데...(중략) 이야기의 끝은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반전이 조금은 의외여서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작가의 상상력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진실속에 서서히 밝혀진 풍속소설의 결말은 나를 무척이나 놀라게 했다. 그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하다니....과연 그것이 사실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 웬수같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한다는 이야기에 속이 시원했다. 아마 이책을 읽은, 우리나라 역사를 배운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오로지 찢어진 책 한권을 단서로 추리해 나가는 이 이야기는 한국판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주인공 명준의 추리와 명쾌한 해석은 감탄이 절로 나오곤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딱딱 들어맞는 명준의 추리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보다 오히려감소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잘못된 추리를 한번도 하지 않는 명준의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 식상하다는 느낌을 내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치만 질질 끌지않고 이야기를 빠르게 이어 나가는 점은 참 좋았던거 같다.